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나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3일 낮 서울 강동구의 한 내과에 독감 접종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계속하기로 23일 결정했다. 최근 독감 백신 사망신고 사례가 증가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일선 병·의원에 ‘일주일간 접종 보류’를 권고하는 등 혼선이 커지자, 이날 질병청은 예방접종 잠정중단 여부를 두고 종일 전문가들과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질병청은 이날 오전 감염병·면역질환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전날까지 신고된 사망 사례 26건(중증 사례였다가 숨진 사례 1건 포함)을 심의했다. 질병청은 “사망 원인과 백신 접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피해조사반은 26건에 대해 백신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일부 사망신고 사례의 사망 원인도 공개했다.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20건의 중간 부검 결과, 13건의 사망 원인이 심혈관질환(8건), 뇌혈관질환(2건), 기타(3건) 등 예방접종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질병청은 밝혔다. 나머지 7건의 부검 결과에 대해서는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부검을 하지 않은 6건 중 4건은 질병사(3건)와 질식사(1건)로 사망 원인이 확인됐다.
질병청이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발표한 사망신고 사례는 총 36건이다. 34명은 숨진 뒤에 신고됐고, 2명은 중증이라고 신고된 뒤에 숨졌다. 전날 집계보다 총 10명이 늘었다. 이날까지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총 1427만명이다.
질병청은 오후에는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향후 예방접종 계획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문위원은 “전체적으로 ‘예방접종을 지속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국민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위원회는 24일 다시 열린다.
이처럼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거듭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이날 일부 의료기관에선 예방접종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질병청의 판단과 무관하게 ‘일주일간 백신 접종 보류’를 권했기 때문이다. 이날 질병청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혼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 교수(예방의학과)는 “2013년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이후 일주일 안에 사망하는 비율이 접종 10만회당 75~84살은 약 23.2명, 65~74살은 약 11.3명이었다”며 “지금 사망신고 사례는 이례적인 수치가 아니다. 우려가 지나쳐 백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예방접종을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사회적 불안을 줄여야 한다. 고령층 등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사람들이 맞지 않으면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해 이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예랑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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