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의실에서 열린 ‘독감 예방접종 사망 사건 의협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권고문을 읽고 있다. 의협티브이(TV) 갈무리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2일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1주일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국민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에 대한 조사를 거친 다음 재개하자는 취지다. 갑작스러운 의협의 권고에 당장 내일부터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의료기관과 백신을 맞아야 하는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정부가 접종을 중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협 권고에 따르기 어려운 탓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의실에서 ‘독감 예방접종 사망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독감 예방접종 후 지금까지 사망이 보고된 약 17명 환자의 부검을 통해 사인과 병력 조사 등 병리학적 소견들을 규명하기 위해 1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11월 중순부터 독감 환자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1주일이 가장 적절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은 “올해 실시된 독감 예방접종 문제의 중심은 ‘백신 안전’으로, 접종 유보 기간 백신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도록 백신의 제조 공정과 시설, 유통, 관리 등 전반의 총괄 점검을 하고 사망자의 신속한 부검과 병력 조사 등을 통해 예방접종의 안전성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다만 ‘접종은 꼭 필요하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입장과 관련해 의협은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며 “정부에 반발해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불안한 의료기관은 환자들을 보건소에서 접종하도록 하고, 의료기관에서 맞기를 원하는 환자들에게는 놔주면 된다. 권고지 강제사항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의협은 1주일간의 접종 유보로 일선 의료기관과 국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대집 회장은 “질병청이 백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정적 표현을 쓰고 있어, 유통 과정이나 주사를 놓는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의료기관에서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의협 전 산하단체에 대해 의료기관에 공문을 발송하고 있고 전체 회원에게 문자 안내도 나갈 예정이어서 내일부터는 본인이 원하면 보건소나 국공립의료기관으로 전원할 수 있지만 실제 접종 케이스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의 기대와 달리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의협의 권고를 따르긴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가지고 있으면 놔줄 수도 없고 안 놔줄 수도 없다”며 “접종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부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결정한 건 성급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 육아 전문 커뮤니티에서는 “의협 권고와 정부 방침이 또 다르다”, “병원에 문의했더니 중단이라고 한다. 병원 재량인 것 같다” 등 접종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대한백신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진 사례에 대해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제조사와 생산고유번호가 다르며, 발현하는 증상이 일치되지 않은 산발적 양상을 보인다”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계절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면역저하자의 독감 백신 접종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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