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대형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연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유통 중에 상온에 노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일선 의료기관에 접종 중단을 공지하기까지 약 10시간이 걸린 것을 두고 늑장 대처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청은 신고 뒤 백신 공급을 즉시 중단시켰고, 신성약품에 사실 관계 확인 등을 한 뒤 접종 중단 공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질병관리청은 신성약품의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다는 제보를 9월21일 낮 1시30분에 받았지만, 밤 11시께 전국 의료기관에 접종 중단을 공지했다”며 “10시간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늦은 밤 공지하는 바람에 (접종 중단을) 인지하지 못한 병원들이 22일 오전부터 백신을 접종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성약품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4일까지 2296명으로, 이 가운데 22일 하루 접종 인원은 19.9%인 458명이다. 나머지 인원 가운데 1601명(69.72%)에는 정부가 정한 무료접종 시작 날짜(22일) 전에 접종이 이뤄졌고, 237명(10.32%)은 23∼29일 이 백신을 맞았다.
접종 중단 판단과 안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질병청은 사실관계 확인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질병청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신고를 받은 뒤 내부 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상황 공유, 해당 업체에 백신 공급 즉시 중단 조처, 해당 업체(신성약품) 사실관계 확인 등을 통해 사업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밤 11시께 접종 중단 안내는 보도 참고자료, 공문, 의료기관장에 문자 메시지,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과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 공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성약품 공급 백신 품질 검사 결과는 6일 발표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질병청이 9개 지역에서 수거한 백신 1350도스를 받아, 효력 확인을 위한 항원 단백질 함량 시험과 안전성 시험을 해 왔다. 검사 대상은 유통 과정 중 2∼8℃ 저온유지 조건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백신이다. 질병청은 “발표 때 신성약품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도 설명하겠다”며 “다만 향후 접종 일정 관련은 전문가 검토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 함께 발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복지위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질병청의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백신 폐기 현황’을 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보건소가 구입한 국가예방접종 백신 593만1375도스 가운데 0.76%인 4만5295도스가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6억6130만원어치다. 백신 폐기 사유는 유효기간 경과(52.9%), 냉장고 고장(25.6%), 정전(7.2%) 등이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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