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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상온 노출 백신 접종자 1명 이상반응…비상대응 체계 미비가 혼선 키워

등록 2020-09-28 17:44수정 2020-10-21 16:57

사용 중단에도 전국 10곳 407명
접종 전문가 “비상 체계 미비 근본 원인”
“국내 코로나·독감 동시감염 사례 3건”
질병관리청, 트윈데믹 경각심 강조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 환자 대기실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 환자 대기실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상온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자 407명이 전국 10개 시·도에 걸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사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이상반응 사례도 처음으로 나왔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사용 중단’을 고지했는데도 정부 조달 백신 접종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혼선이 이어지자, 근본적으로 백신 접종과 관련한 비상상황에 대비한 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질병청은 전날까지 조사 대상 백신이 접종된 사례 407건의 지역 분포를 공개했다. 전북이 17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75건, 경북 52건, 전남 31건, 인천 30건, 서울 20건, 충남 13건, 대전·제주 각 3건, 충북 1건 등의 차례다. 접종 시점을 보면, 문제가 된 백신의 ‘사용 중단’이 긴급 안내된 21일 밤 전에 접종받은 이들이 295명, 이후 22일에 88명, 23~25일에 각 8명씩이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사 대상 백신(신성약품 공급)이 전부 상온에 노출된 백신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접종자 가운데 1명이 이상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이날 밝혔다. 접종 대상자가 주사 맞은 부위에서 통증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통상 독감 예방접종 대상자의 10~15%에서 주사 맞은 부위가 빨갛게 붓거나 통증이 생기는 이상반응이 발생하기는 한다”며 “접종자들을 1주일의 집중 관찰 기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약 2만1천곳 예방접종 참여 의료기관에 21일 밤 ‘접종 중단’ 안내를 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은 것은 의료기관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책이 없었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량의 백신이 도매업체(신성약품)의 하청에 재하청을 통해서 전국 의료기관에 배송되는 만큼 유통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상시적으로 있었는데도, 사고 발생 시 대응 요령이 사전에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예년처럼 지난 7월에도 위탁의료기관들에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관리지침’이 제공됐는데, 지침 안에 이런 비상상황에 대응할 방법은 담겨 있지 않았다”며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도 해야 하는데, 이처럼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의료기관들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안내할 체계를 구축해놔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백신 유통 과정 전반을 개선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독감 백신 중요도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시 감염 사례가 3건 보고됐다고 이날 질병청은 밝혔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미국에서도 116건을 검사했더니 약 0.9%인 1건, 중국에서는 조사 대상 중 2.7%, 터키에서는 2% 안팎으로 두가지 검사 결과 모두 양성이 나온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 위생을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호흡기 감염병 전체 유행의 크기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권지담 이유진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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