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패러디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 논란이 온갖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피디수첩’에 맞서는 수첩은? ‘동네수첩’!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이가 <문화방송> 프로그램 ‘피디수첩’을 비꼬아 만든 ‘동네수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두 편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이 동영상은 미즈메디병원의 연구진이 공모해 황 교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음모론’을 담고 있다. 1,2편 각각 40분, 50분 분량인 이 동영상은 올해 초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1위에 오르며 누리꾼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동영상에서 인터넷 다음카페 ‘아이러브황우석’의 회원인 것으로 알려진 정아무개씨는 “황 교수가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가진 것은 확실하며, 줄기세포를 뽑아내고 배양시켜 줄기세포주로 확립한 미즈메디측이 조작했다”는 논리를 편다. 이어 그는 “2005년 논문의 핵심은 배반포 단계에서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기술이며, 이는 환자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의 지분 40%를 가진 미즈메디가 한 일”이라며 “이 논문의 사진이 부풀려져 알 수 없는 이유로 바꿔치기됐다는 것은 미즈메디가 논문을 조작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동네수첩’은 1편의 인기에 힘입어 2편까지 나왔다. 2편에서는 난자제공 연구원의 이메일과 난자 제공 동의서가 피디수첩 제작진의 편집과정에서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 논란이 온갖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엠비시 피디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편이 방송된 이후 크게 늘기 시작한 패러디물은 지금까지 수백여개에 이르고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태도 변화를 비꼬는 엠피3 노래 파일도 그 중 하나다.
누리꾼 ‘디제이카리스마(DJchArisma)’가 만든 <내가 형이 되어줄게>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노 이사장이 김선종 연구원을 대하는 태도가 상황에 따라 변해간다는 비아냥을 담고 있다.
노래 앞 부분은 “너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 나는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모든 몸을 던져서 내가 나서겠다고 얘기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김 연구원을 걱정하는 지난해 12월16일 노 이사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담았다. 그러나 노래 뒷부분에서는 “그이, 그, 그 인간(김선종)은 내가 모르겠어요”라는 노 이사장의 에스비에스 전화 인터뷰 내용이 흘러나온다. 이 노래는 힙합, 발라드, 리믹스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으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노래가 곧 휴대폰 컬러링으로도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문학작품으로 패러디한 ‘고전적’ 사례도 있다.
한 누리꾼은 시인 이상의 대표 시 ‘오감도’의 몇 낱말을 바꾸어 줄기세포 파문을 표현했다. 패러디 오감도는 “십일개의줄기세포가논문에등장하오. (논문은사이언스게재가적당하오)”로 시작해 중간에 “제일의 줄기세포”부터 “제십일의 줄기세포”가 있다고 언급한 뒤 “십일개의줄기세포는구라인세포와재활용된세포와그러케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차라리없는게나앗소)”로 끝난다.
세상의 화제를 가장 먼저 개그 대상으로 삼는 개그맨들도 이 사건을 패러디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케이비에스(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고고, 예술 속으로’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풍자하는 개그를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한 친구가 소풍길에 김밥을 싸왔다고 하자 다른 친구들이 모두 기뻐했으나, 정작 김밥이 없는 상황을 연출해 ‘김밥=줄기세포’를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누워서 침 뱉기”라는 비판과 “민감한 사회 문제를 웃음으로 승화시킨 좋은 예”라는 긍정적 의견이 부딪치는 등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천여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개봉된 영화 <태풍>의 포스터를 <다뿡>으로 바꾸는 등 황 교수의 거짓말을 비판한 기발한 패러디 이미지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황 교수와 관련된 패러디물이 크게 번지는 현상에 대해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이명원(36) 교수는 “대상에 대한 냉정한 인식 없이 무비판적으로 몰입하고 동화된다는 점에서 마치 ‘스톡홀름 신드롬’을 연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패러디의 본래 효과인 반성과 각성보다 황교수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며, 특히 황 교수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의 패러디물들은 확고한 사실마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종교의 모습마저 보인다”고 말했다. <한겨레> 사회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 논란이 온갖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엠비시 피디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편이 방송된 이후 크게 늘기 시작한 패러디물은 지금까지 수백여개에 이르고 있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태도 변화를 비꼬는 엠피3 노래 파일도 그 중 하나다.
황우석 패러디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 논란이 온갖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황우석 패러디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 논란이 온갖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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