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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첩첩산중’ 갈길 먼 ‘의-정협의체’…“늦어질수록 공공의료 정책 멀어져”

등록 2020-09-14 05:00수정 2020-09-14 11:00

[의사 집단행동, 그 이후]

합의문 명시 의·정 협의체 외에
국회서 제3의 합의체 구성 제안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 전원의 업무 복귀 결정을 내린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 전원의 업무 복귀 결정을 내린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일단락되면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해결해야 할 숙제는 이제 의료계와 정부·여당이 함께 꾸려갈 협의체로 넘어갔다. 하지만 협의체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의 합의문에는 정부가 추진하려던 4대 정책인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관련 사안을 서로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의-정 협의체를 꾸리기로 했고, 구성 시점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못 박았다. 의협의 요청에 따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지역수가 등 첨예한 사안도 추가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르게 됐다.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의 합의문에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다’고 적었다.

문제는 의-정 협의체 등 이 합의를 이행할 협의체를 언제, 어떻게 구성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협의체 구성이 늦어지면, 당초 정부가 구상한 공공의료 강화는 그만큼 멀어진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의-정 협의체는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한 이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11일 <한겨레>에 “모든 게 코로나19 안정 이후라고 돼 있기 때문에 아직은 구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협의체에 누가 참여하느냐, 어떤 주체가 어떤 단위에서 논의하느냐도 논란을 빚고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협의체는 의협-정부, 의협-민주당이 참여하는 두 개다. 다른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에선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데 ‘공급자’인 의협만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익단체인 의사단체의 입김에 의료정책이 좌우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8일부터 의-정 합의 철회, 공공의료 강화, 시민참여에 의한 보건의료개혁을 촉구하는 1인시위와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가입자 중심의 논의 틀을 구성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4일 성명에서 “의-정협의체에서 보건의료정책이 나와도 다른 의료인은 물론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며 범국민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국회에 대타협기구에 준하는 제3의 합의체를 추가로 구성하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앞서 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회 내 특위가 꾸려질 경우, 여기엔 의협 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계 단체, 시민사회단체, 지역 관계자 등도 포함될 수 있다. 변수는 더 있다. 이번 집단휴진 사태는 의협뿐만 아니라,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전임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유관단체 수십곳이 제 목소리를 내며 갈등을 악화시켰다. 정부가 상대해야 할 창구가 한두 개가 아니었고, 각각의 주장과 이해관계가 달라 기껏 해놓은 합의가 반나절 만에 엎어지기도 했다. 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13일 단체행동 유보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대생들의 구제 문제도 걸림돌이다. 이들을 ‘구제’하라는 요구가 지금보다 더 거세지고, 의협 등이 이를 빌미 삼아 정부를 압박한다면 잠시 진정세를 보이는 의-정 갈등이 다시 증폭되거나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재설계 과정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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