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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응급환자들 진료 늦어져 숨졌는데 의협 “내달 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

등록 2020-08-28 19:54수정 2020-08-29 02:36

부산·경기 등 응급실 찾다 사망
정부, 업무개시명령 전국 확대
불응한 10명 고발 등 강경 조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왼쪽 셋째)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왼쪽 넷째), 송민헌 경찰청 차장(왼쪽 둘째) 등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왼쪽 셋째)과 고기영 법무부 차관(왼쪽 넷째), 송민헌 경찰청 차장(왼쪽 둘째) 등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확산세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휴진으로 국내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린 가운데, 부산과 경기 지역에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숨진 환자들이 나와 진료 공백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경증환자 진료를 축소하고 중증환자에 집중하도록 하는 한편,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응급실 전공의’ 10명을 고발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철회하지 않으면 9월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소방당국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밤 정체불명의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 ㄱ씨는 위세척, 투석 치료 등을 해줄 부산·경남 지역 병원을 3시간 동안 찾아다니다 중태에 빠졌다. 27일 새벽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후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대학병원 6곳과 2차 병원 7곳에 20여차례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부산 지역 전공의는 전날 기준으로 84.3%(768명·부산시 집계)가 집단휴진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도 28일 새벽 5시께 심장마비로 쓰러진 39살 ㄴ씨가 치료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은 병원 4곳으로부터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유족들은 집단휴진 여파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코로나19 확산과 전공의 집단휴진 상황이 혼재가 되어 있어서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진 상황이)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 조금 더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집단휴진이 길어지면서 대형병원의 진료 공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31일부터 내과 외래진료를 줄이기로 했다. 한 내과 교수는 “전공의들의 휴진이 길어지며 교수들의 업무가 가중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 여파가 수술 일정 연기에서 응급환자 대응과 외래진료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28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하루 사이 12명이 늘어 58명에 이른다. 최근 확진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80%를 넘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긴박한 국면임에도, 의사단체와 정부는 강경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가 이날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144곳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 75.8%(6593명)와 전임의 35.9%(2264명)가 휴진에 참여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업무개시명령 대상 전공의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응급실 전공의 10명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또 26~27일 수도권 수련병원 20곳의 응급실·중환자실 현장조사를 해, 집단휴진 참가자 358명 가운데 77명이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281명한테는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집단 응시 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고시도 예정대로 새달 1일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의협은 “부당한 공권력의 폭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전 의사 직역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는 이날 저녁 회의에서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9월7일부터 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무기한 일정으로 돌입한다”고 결의했다. 정부가 이날 집계한 의원급 의료기관 ‘동네의원’의 휴진 참여율은 6.5%였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결의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치 의사들의 총파업이 (부산·경기) 환자 사망을 일으킨 것처럼 무분별한 선동을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민사·형사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정 협의체보다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협의 기구를 구성해 쟁점 정책을 재논의하자는 일각의 제안에는 “전문성이 너무나 취약한 단체와 인사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는 극히 불합리하다. 중요한 의료정책을 논의하는 협의체에 비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응급실·중환자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상대로는 ‘비상진료 지원 패키지’를 한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정부는 각 의료기관의 입원 전담 전문의나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일반 환자도 진료할 수 있게 허용한다. 또 수가 조정과 지침 마련 등을 통해 대형병원은 응급, 수술 등 중증 진료에 집중하도록 하고, 감기 등 경증환자는 지역 병원·의원을 이용하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최하얀 김영동 이정하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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