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 적힌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이 62년 만에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법의 징계권 조항은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4일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를 통해 체벌 금지 취지를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조항인 915조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민법의 체벌 금지 취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아동 권리가 중심이 되는 양육 환경 및 아동 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의 입법예고안은 지난 5월 공개된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의 권고안 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된다. 당시 법제개선위는 부모의 권리로서 ‘필요한 징계’를 ‘필요한 훈육’이란 표현으로 바꾸는 등의 권고안을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훈육을 포함한 모든 체벌 금지를 권고할 때까지만 해도 ‘징계권 용어를 순화하거나 제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에서 가해 부모들이 ‘훈육 목적의 체벌’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체벌 금지’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국회로 보내진다. 국회에는 징계권을 훈육권으로 대체하는 안 등 4개의 민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어, 법무부 법안과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최하얀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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