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적이 있거나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의 정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신속하게 공유할 방침이다. 학대 위기에 몰린 아동을 관계기관이 조기에 찾겠다는 취지다. 또 경찰과 법무부가 가진 가정폭력 또는 가해 부모의 출소 정보도 수시로 지자체에 제공된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8일 “위기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창녕 사건의 9살 ㄱ양의 경우, 지난 5월29일 잠옷 차림으로 도로를 뛰어가다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올해 1월 이사 전에 살던 거제시에선 ‘위기 가구’로 등록돼 있었지만, 이사 뒤에는 창녕군이나 ㄱ양 학교로 해당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위기 아동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들이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6%가 부모이고 신고자의 23%만이 교사·의료인 등 법이 정한 ‘신고의무자’란 점을 고려해, 학교 현장으로의 정보 제공과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국가 아동학대 정보 시스템이나 위기아동 예측 시스템인 ‘이(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의 정보를 매달 학교에 주기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또 초·중·고교 외에 유치원·어린이집에도 학대 피해 아동과 관련한 정보가 공유되도록 아동복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다음달부터는 전국 시·군·구 아동보호팀 주관으로 교육지원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으로 구성된 ‘지역 유관기관 협의체’가 구성돼 위기 의심 아동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정부는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은 즉시 부모로부터 임시로 분리할 수 있는 ‘즉각 분리제도’도 도입한다. 지난 6월 초 충남 천안에서 가방에 갇혀 있다가 숨진 ㄴ군의 경우, 5월 초 학대가 의심됐는데도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분리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훈육을 명분으로 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민법상 징계권 조항의 개정을 추진한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부모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아동학대의 빌미가 되고 있는 탓이다. 법무부는 관련 민법 개정안을 8월 초 발의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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