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수사관들이 13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학교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사무실에서 압수한 서류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시료전달 때 바꿔치기? 같은 지문결과만 제공?
황우석 교수팀의 2004년 논문이 조작된 결정적 증거는 실존하는 줄기세포 디엔에이지문과 논문의 디엔에이지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서부분소가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논문에 실린 디엔에이지문들이 이곳에서 분석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0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논문의 지문 분석 그림 자료는 2003년 5·8·10월 세 차례에 걸쳐 전남 장성의 국과수 서부분소 이양한 분석실장이 작업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박종혁 연구원의 말로는 2004년 2·9월 두 차례 더 시료가 국과수 서부분소로 보내졌으며, 결과는 논문의 디엔에이지문과 일치했다. 다섯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디엔에이지문은 모두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조사위가 논문에 체세포를 제공한 것으로 기록된 ㄱ씨의 혈액을 채취해 디엔에이검사를 한 결과도 논문 것과 똑같았다. 이제 황 교수팀이 보관하고 있는 1번 줄기세포와 디엔에이지문이 일치하면 논문은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위가 받아본 1번 줄기세포의 디엔에이지문은 논문과도, ㄱ씨 혈액의 디엔에이지문과도 달랐다. 더욱이 황 교수팀과 미즈메디병원, 그리고 이곳에서 분양된 서울대 세포주은행과 문신용 교수팀의 1번 줄기세포들은 디엔에이지문이 서로 일치했다. 조사위는 난자 제공자 ㄴ씨를 찾아내 1번 줄기세포가 ㄴ씨 난자로 생성된 처녀생식(단성생식) 줄기세포로 보인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런 정황은 ㄴ씨의 줄기세포 시료가 국과수 서부분소로 가면 항상 검사 결과는 ㄱ씨 디엔에이지문으로 돌아온 것으로 정리된다. 이 경우 두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시료가 전달되는 사이 바꿔치기되거나, 전달된 시료에 상관 없이 서부분소에서 항상 같은 디엔에이지문을 보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료 전달에 관여된 사람으로는 박종혁·김선종 연구원과 윤현수 한양대 교수가 꼽힌다. 박·김 연구원은 조사위 보고서에 언급돼 있다. 윤 교수는 이 박사와 선후배 사이로, 서부분소가 디엔에이검사를 맡은 것도 윤 교수 부탁 때문이다. 그러나 세 사람이 모두 미즈메디병원을 떠난 뒤인 2004년 9월에도 시료가 서부분소로 전달됐다. 시료가 전달 과정에 지속적으로 바꿔치기됐다면, 제3의 인물이 개입돼야 설명이 된다. 게다가 국과수 서부분소의 이 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료를) 누가 언제 맡겼는지 기억을 못한다. 대부분 택배로 왔던 것 같다”고 말해 의혹을 낳고 있다.
공교로운 것은 서부분소에 남아 있는 1번 줄기세포 시료는 ㄱ씨의 디엔에이지문과 일치했다는 점이다. 이 실장은 “나도 이해가 안 간다. (조작을 통해) 내가 얻을 게 없다. 논문에 이름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더이상 승진할 일도 없다”며 조작 개입을 부인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시료가 누구에 의해 전달이 됐는지, 왜 서부분소에 있는 시료만 ㄱ씨와 관련이 있는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근영 이정애 박주희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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