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대전역 플랫폼에서 육군 장병들이 방역·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급여 진료 항목을 대폭 줄이는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면, 공공병원 적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건강보험 하나로 운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로 불리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 국회의원 시절에도 ‘공공의료 강화’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참여정부 때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일하며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했다. 지난 23일 김 이사장은 <한겨레>에 “민간병원들이 수가(건강보험이 정한 개별 진료 항목의 가격)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강보험 급여 대신에 비급여 진료를 많이 보는 것이 국내 의료 공공성 부족의 큰 문제”라며, 병원들의 진료 원가를 파악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주면 공공병원의 이른바 ‘착한 적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권하지 않고 의료급여 환자 등 취약계층 진료를 도맡다 보니, 항상 적자에 허덕인다. 비급여 진료는 환자가 비용을 100% 내야 해서 의료비 부담의 주된 요인으로도 꼽힌다. 정부는 2022년 의료에서 꼭 필요한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고 수가를 적정하게 재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초음파 등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공공병원이나 민간병원 모두 ‘건강보험 하나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구상이다.
건보공단 연구원은 올해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과 전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어, 내부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정책의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까지 총망라한 보고서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김 이사장에게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물었다.
―‘문재인 케어’에 견줘, 공공병원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 관련 정책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렇다고 보나?
“결국 돈이 문제다. 정부나 여당, 지자체 모두 공공병원을 일단 지어놓으면 적자가 계속돼서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 초기에 공공의료 대책이 나왔지만, 투자가 부족해 진척이 잘 안됐다. 민간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는 낭비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지자체장들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건설 재원이나 운영비를 걱정한다.”
―공공병원을 확충하려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 아닌가?
“800병상 규모의 2차 병원을 신축하려면 2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큰돈인 것 같지만, 고속도로 10㎞ 건설하는 데 필요한 돈이랑 비슷하다.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짓는 건 국가가 할 일이고, 병원 같은 사회적 간접자본은 아니라는 건가. 코로나 사태만 돌아봐도, 만약 질병관리본부라는 기관이나 건강보험제도가 없었다면 방역과 치료가 다 무료였겠나. 지금이 공공병원을 늘리는 종합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보나?
“공공병원들이 의사를 구하거나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시작한 ‘사회서비스원’처럼 ‘공공병원관리공단’ 같은 걸 만들어서 공공병원 운영을 도와줄 수도 있겠다. 공동으로 좋은 의사나 간호사 인력도 확보하고, 물자도 같이 구매하고, 병원 경영 훈련도 같이 하면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공공병원을 운영할 자신감이 없으니, 민간병원에 위탁경영을 맡기게 되는 거다. 민간병원에도 공공성이라는 ‘기능’을 주면 공공의료가 된다는 논리도 있는데, 이것이 공공병원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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