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굿네이버스,·세이브더칠드런 등 42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아동학대로 숨진 채 발견된 아동을 추모하는 영정을 들고 학대 근절을 촉구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7시간 동안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여성이 10일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법무부가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던 법무부가 이런 방침을 밝히면서, 1958년 이후 유지된 민법의 관련 조항이 개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지난 4월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민법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훈육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한 내용을 수용한 것이다. 현행 민법에서 친권자의 효력을 규정한 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서 징계권은 자녀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키지만, 부모의 체벌이 허용된 것으로 잘못 인식돼왔다. 더군다나 친권 중 하나인 징계권은 아동복지법과 상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자녀 훈육을 위해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사회 인식 때문에 계속 유지돼왔다.
법무부는 오는 12일 세이브더칠드런 등 관계 기관 간담회에서 아동 인권 전문가와 청소년 당사자 의견을 수렴한 뒤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개정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입법 예고 등 후속 절차를 거쳐 민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개정을 위해선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민에게 ‘훈육과 징계는 다르다’고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짚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아동학대 방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었던 관련 법안 개정을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추진하겠다고 한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국민 상당수가 아직도 체벌을 부모의 권리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훈육을 위한 체벌이 아동학대 범죄로 이어진다’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조사에서 국민의 76%는 “체벌이 자녀 교육상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경찰청은 최근 중대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이날부터 새달 9일까지 한달간 위기 아동을 발견하고 보호하기 위해 복지부와 교육부, 지자체 등과 합동점검팀을 꾸려 아동학대 집중 점검에 나선다.
권지담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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