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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중국 후베이성 체류자의 입국 제한은 제노포비아일까요

등록 2020-02-07 19:59수정 2020-02-08 02:3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중단된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중단된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4일부터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후베이성 발급 여권을 갖고 있는 중국인의 입국이 제한되고, 후베이성 관할 공관에서 발급한 기존 사증의 효력이 잠정 정지됩니다. 항공권 발권 단계부터 후베이성 방문 여부를 묻고, 입국 단계에서 검역소가 재확인합니다. 만약 입국 이후에 외국인이 허위진술한 것이 확인되면, 강제로 퇴거조치 됩니다.

감염병으로 인해 특정 지역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한 건 초유의 일인데요. 이런 3단계 조치조차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을 국한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들의 입국 자체를 막자는 국민청원에도 68만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정부는 왜 특정 지역 방문자로 국한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걸까요? 이러한 조치가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가속화하는 건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취재하고 있는 사회정책팀 박다해입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등록하고 일주일 만에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해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쫓으며 낯선 보건의학 용어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마치 ‘가나다’부터 새로 배우는 기분입니다.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보며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독자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타이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입국한 뒤 감염이 확인된 확진자가 발생해 더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외국인 입국금지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중국 내 확산 추세, 국제적 추세, 국내외 방역대응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을 해서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국제기구도 입국금지 조치를 권하진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국가 간 이동과 교역을 제한하는 데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보건규칙’(IHR) 역시 “감염은 통제하되,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류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건 지난 주말께입니다. 국내 확진자 발생 속도가 빨라져 국민 불안감이 확산하는데다, 미국·일본 등에서 잇따라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추가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다만 정부는 이런 조치가 ‘중국인’ 전체에 대한 조치로 비치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띕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이런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인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확산되고 있는 후베이성에서 입국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감염증 유입 위험도가 낮아지는 시점까지”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국적을 근거로 중국 모든 국민의 입국 자체를 막는다면, 중국과 외교적·경제적 마찰을 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할 소지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확산되는 양상은 우려스럽습니다. 국내에서 ‘중국인 출입금지’를 내건 식당이 생겼고, 이를 구호로 외치는 집회도 열렸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국외에선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인들을 향한 폭언, 폭행 행위가 발생했습니다.

입국제한 조치의 인권침해 논란을 두고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김원영 변호사는 “국적을 불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우한과 후베이성, 또는 중국 전체에서 온 모든 사람들에 대한 입국금지 청원이라면 이것이 혐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합니다. “(특정) 속성을 지닌 집단 전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과 장소에 존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조처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제한의 정도가 과도해 “바이러스가 모두 소멸했는데 우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람에게 평생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다면 이는 명백히 혐오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해 불안감은 당연하지만, 두려워할 대상은 ‘바이러스’ 자체이지 ‘중국인’이 아니라는 걸, 확진자들 역시 바이러스 감염의 피해자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손씻기’에 유의해주세요!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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