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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MBC PD수첩 한학수PD “사실 아니기를 바랐다”

등록 2005-12-23 18:13수정 2006-01-17 02:59

"사실 아니기를 바랐다..진실의 문 여는 첫 단초 마련했을 뿐"

"아직 드러나야 할 진실 많아..서울대 조사위에 힘 실어줘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 조사결과에서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고의적 조작'으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MBC PD수첩의 한학수(37) PD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 지탄을 한 몸에 받았던 그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한 PD는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자신도 취재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1일 처음 황 교수 연구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그는 제보자가 구체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 중반을 넘어서면서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두려움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제보자를 만나 황 교수의 진실과 관련된 제보내용을 들었을 때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세 가지였다.

"무엇보다 황 교수의 논문은 125년 역사의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의 표지논문이다. 이 논문이 거짓이라고 밝히는 것은 사이언스에 논문을 싣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비과학자가 과학적 사실에 도전하는 만큼 엄청난 난관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으로부터의 공격도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1999년 2월 국내 첫 체세포 복제동물 '영롱이'로부터 시작해 이후 매년 쏟아져 나온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띄우기에 바빴던 기성 언론에 반기를 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언론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지 않을까.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특히 "황 교수는 신화적 인물로 아무리 과학적 증거를 들이대며 황 교수의 거짓을 입증하더라도 국민들이 과연 믿어줄까. 욕만 먹지는 않을까. 국민들의 마음속 신화를 과연 깰 수 있을까 등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공격은 시작됐고 그는 깊은 `내상'을 입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상했다.

특히 YTN이 취재윤리 문제를 거론하고 이에 MBC가 즉각 사과하며 '황우석 2탄'방송을 보류했을 때는 "'이렇게 가다가는 진실이 영원히 묻힐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때 상처를 가장 많이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물론 취재윤리를 어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 직원들의 격려는 허물어져가는 그를 떠받치는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며 북돋워주는 MBC직원들의 의지가 뭉쳐 MBC경영진의 결단으로 이어지고 결국 방송이 나가게 됐다며 모든 MBC 구성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논문 조작을 지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핵심인물들의 역할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드러나야 할 진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과감하면서도 '성찰적인 조사'에 신뢰를 보내면서 서울대 조사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수첩은 황 교수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계속 밝혀야 할 진실의 문을 열어젖히는 첫 단초를 마련해준 것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황 교수에게는 따로 할 말이 없지만 난치병 환자들에게는 "국내에는 정말 정직하게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이 많다"며 "제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황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가장 격렬하게 드러난 사건으로 규정하며 이 사건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거취와 관련해 "회사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회사가 가라는 곳으로 가서 그 곳에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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