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실체’를 놓고 논란을 벌인 16일, 정치권에선 “서로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검증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지적해 온 민주노동당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줄기세포 유무 논쟁은 과학계의 검증에 맡기고 차분히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이 황 교수의 연구 성과와 관련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논란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치권은 바이오·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연구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도 “황 교수가 직접 검찰 수사를 요청했고, 전문가들이 검증을 시작했으니 모두 인내를 갖고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 연구 관계자들도 온 국민의 염려를 감안해 이해나 감정을 떠나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논란을 종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과학적 문제는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해 해결해야 한다”고 원칙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황우석 연구팀에 비정상적으로 지원된 국가 재정의 문제점을 밝히고, 생명공학 산업 전반을 재점검하기 위한 당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 태도다. 박용진 대변인은 “여론의 눈치만 보면서 무차별한 지원 공약 남발 등으로 국민적 혼란과 사회적 불신을 일으킨 정치권도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우석 교수와 함께 하는 국회의원 모임’(간사 권선택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모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황 교수에게 기회를 더 주어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지만,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모임의 활동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전문가들의 검증 결과 등에 따라 모임의 이름을 바꾸게 되더라도, 국회 안에 생명공학 지원 모임은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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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

청와대는 16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의혹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는 이날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상황점검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 정무점검회의를 잇달아 열어 서울대 쪽의 조사 결과를 봐가며 대응하기로 했다고 최인호 부대변인이 밝혔다. 최 부대변인은 “일단 전체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점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금방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