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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인터뷰] 브릭 소리마당 운영자 이강수 연구원

등록 2005-12-16 21:34수정 2006-01-17 02:28

“과학 토론은 여론에 따라가면 안된다”
“과학 토론은 여론에 따라가면 안된다. 과학자는 사실 위주로 토론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토론의 절대원칙이고 이를 지키면 토론하는 사람들도 바른 말을 쓰고 합리적인 토론을 하게 된다.”

10여일 동안 밤낮없이 숨가쁘게 진행된 브릭 토론을 관리한 이강수 연구원은 과학 토론의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줄기세포를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인터넷 토론문화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게시판은 황 교수를 둘러싼 찬반논란으로 들끓었다. 그러나 여론이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면서 합리적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고 욕설과 비방, 추측성 주장만 난무했다. 심지어 황 교수의 윤리논란이나 줄기세포에 의혹을 제기하는 소수의 의견에는 “매국노”라는 협박성 댓글이 폭주했다.

이런 점에서 브릭 게시판에서 소장 생명과학자들이 보여준 게시판 토론은 인터넷 토론문화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16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적으로 워낙 중요한 토론이라 잘못되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소속 연구원 모두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게시판을 관리했다”며 “상당수가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에서도 생명과학계의 미래와 과학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10일 동안 밤새 열정적인 토론을 벌여준 회원들이 눈물나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토론은 황우석 교수에 대한 찬반 토론도 아니고, 황 교수를 죽이거나 살리는 토론은 더더욱 아니었다”며 “철저히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사실에 입각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 토론문화와 관련해 “포털이나 언론사 게시판 등의 운영자들이 너무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 같다”며 “욕이나 비방 글은 관리가 안되니 열 사람이 욕하고 한 사람이 좋은 글을 쓰면 좋은 글은 읽히지 않고 묻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03년 브릭 사이트가 개편돼 소리마당이 문을 열면서부터 운영자 역할을 맡고 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전국민이 지켜보는 토론, 24시간 모니터링”


-황 교수 논문을 돌러싼 토론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해달라

=소리마당은 지난 2003년 7월 브릭 사이트의 구인구직 코너를 개편하면서 취업·유학·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출발했다. 게시판에 로그인 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난 5일 황 교수 논문의 사진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되면서 토론이 불붙었다. 그 글이 추측성 글이 아니라 팩트를 가지고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에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 때부터 언론과 인터넷에 사이트가 알려지면서 접속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처음에는 비방과 욕설 등도 많았다. 그러나 전국민이 지켜보는 토론이 잘못되면 사실이 오도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인 토론 원칙을 세워 운영자들이 24시간 교대하면서 게시판을 모니터링했다.

-합리적 토론을 이끌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

=1차로 비방 욕설, 추측성 글은 삭제한다는 공지를 올렸으나 막을 수 없었다. 2차로 회원 로그인 제도로 전환했다. 3차로 비방 글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사람 등을 강퇴시켰다. 지금까지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한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리한 적이 없었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지면 운동장 관리만 하다가 직접 경기에 끼어들어 엘로카드도 주고, 레드카드도 주고 심판 역할을 한 셈이다. 추측성 글이나 욕설 등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 토론이 정치화되거나 과학 논란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단호하게 우리가 토론할 수 없는 문제라고 공지를 띄웠다.

“원칙을 지키면 바른 말,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다”

-다른 게시판 토론과 달리 전문성은 물론 토론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평가다. 토론 운영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

=원칙이다. 원칙이 없으면 과학적 토론은 불가능하다. 과학 토론은 여론에 따라가서는 안된다. 과학자는 사실 위주로 토론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토론의 절대원칙이고 이를 지키면 토론하는 사람들도 바른 말을 쓰고 합리적인 토론을 하게 된다.

이번 토론은 찬반 논란이 절대 아니다. 황우석 교수를 죽이거나 살리는 토론은 더욱 아니다. 철저히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사실에 입각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했다.

-과학 토론의 원칙이란 무엇인가?

=일반 주제의 토론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 토론에서 가장 금기는 추측하는 것이다. 의심만 가득한 주장은 토론 자체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비전공자들이 들어와 자꾸 논리적이지 못한 추측성 글을 올리는 것이 토론의 가장 큰 방해가 되었다. 두번째는 과학의 울타리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황 교수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과학자들이 정치문제를 토론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정치적 주장 글은 바로 지웠다.

“욕이나 비방에 좋은 글이 묻힌다”

-포털사이트 등은 브릭과 정반대의 주장이 나오고 토론문화도 거칠었다. 누리꾼의 토론문화를 어떻게 봤나?

=내가 이야기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우린 우리의 문화가 있고, 누리꾼들은 그들의 토론문화가 있다. 누가 옳다고 따질 수 없다. 누리꾼의 토론문화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토론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 탓에 예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단점이다. 또 포털이나 언론사 게시판 등의 운영자들이 너무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욕이나 비방 글은 관리가 안된다. 열 사람이 욕하고 한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고 하면 그런 글이 읽히지 않고 묻힌다.

-황 교수 사건은 어떤 교훈을 줬다고 생각하나?

=워낙 큰 사건이라 개인적인 입장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부풀려질 수 있고 과학적이지 못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배울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서 연구원들의 생각을 모으는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황 교수 사건으로 유명해졌는데. 방문자는 얼마나 늘었나?

=브릭에 가입한 회원이 3만명이 넘고 하루 순수 방문자도 2만명이 넘었다. 그런데 황 교수 논란 뒤 방문자가 늘어 서버가 자주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게시판 서버는 메인 서버에서 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 방문자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자세한 통계가 나와야 안다. 그러나 우리 사이트의 본래 목적은 생물학 전공 회원들에게 연구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방문이 늘어나 오히려 본래 업무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언론에 노출되고 우리가 이번 사건의 주인공처럼 보도되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다.

황 교수 논란이 정리되는 대로 본래 목적인 회원들에 대한 연구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는 생물학 연구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 연구자를 위해 존재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데 브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회원들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브릭에서 바이오잡(구인구직) 코너를 운영하며 매분기 생명과학도들의 구직 실태를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생명과학도들은 진학해 공부하거나 연구원 생활을 한다. 바이오잡에 등록한 3000여명의 연구원들의 근무실태를 분석해봤더니 절반이 넘게 비정규직이고, 이 가운데 60%는 4대보험에도 가입되지 않는 일용직이었다. 연구원으로 일하면 대부분 석사 이상 졸업한 사람인데 생명과학계의 실태가 이렇다.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또 연구원 생활이 정신없이 바쁘다.

이런 가운데서도 생명과학계의 미래와 과학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10일 동안 밤새 열정적인 토론을 벌여준 회원들이 눈물나게 고마울 뿐이다. 이번 기회에 생명과학도들의 열악한 상황도 알려졌으면 한다.

-국민들도 브릭 토론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이번 토론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 논문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를 검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생명과학이 침체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과학에 많은 관심을 보여달라. 열심히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브릭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회원들에게 연구정보를 제공하고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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