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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황교수 “5개 배양중”…원천기술 증거론 미흡

등록 2005-12-16 19:52수정 2006-01-17 02:26

16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하균 회장(왼쪽) 등 회원들이 황우석 교수를 격려하기 위해 황 교수 연구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16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하균 회장(왼쪽) 등 회원들이 황우석 교수를 격려하기 위해 황 교수 연구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줄기세포 조작’ 파문]
논문 제출전 ‘확보’ 객관적 증명 곤란
‘바꿔치기’ 가능 여부 놓고도 정면 대치
황교수 12일 “맞춤형” 어제는 “수정란”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16일 2005년 <사이언스> 논문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20여분 동안 해명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진상 알고도 거짓말로 일관=황 교수는 이날 “지난달 12일 피디수첩이 줄기세포 검증을 요구해 5개 세포주를 내주고 난 뒤 자체 검사를 한 결과 18일 디엔에이지문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말께 줄기세포들이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와 바꿔치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논문에 쓰인 줄기세포주가 ‘환자 맞춤형 체세포복제에 의한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한 달 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황 교수는 그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논문에 이상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난자윤리 문제를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황 교수는 “논문을 다시 한번 검토를 해본 결과 일부 미흡한 측면이 있어 바로 (사이언스 쪽에) 교정을 요청했다”며 “그외에 현재까지 확인하고 재검토한 바로는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가 16일 서울대 수의과학대 3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이 대학 소속 연구원들이 회견 내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석 교수가 16일 서울대 수의과학대 3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이 대학 소속 연구원들이 회견 내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황 교수 쪽은 논문의 줄기세포가 수정란 줄기세포인 줄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진 중복과 줄기세포 디엔에이 지문분석 의혹 등에 대해 시종 ‘황우석 죽이기’이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해온 것이다. 그러다가 노성일 이사장이 ‘줄기세포가 없다’고 폭로하자, 비로소 논문의 줄기세포가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황우석 죽이기’도 허위?=황 교수팀의 이러한 거짓말 행진은 11일 ‘황우석 죽이기 4대 의혹’이라는 보도자료 발표를 통해 절정에 이른다.

당시 소장파 과학자들은 논문에 있는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디엔에이 분석이 너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체세포 핵이식 복제라도 디엔에이 지문 검사에서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 쪽은 ‘체세포 핵이식 배아줄기세포 2번의 경우 환자의 체세포와 비교해 디엔에이 지문 검사에서 마커 4개의 피크 모양이 확대해 보면 다르고, 12개 마커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황 교수 쪽은 이를 근거로 논문이 조작됐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황 교수 쪽은 지난달 말에 이미 논문의 2·3번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전혀 상관이 없는 디엔에이 분석까지 조작해내 반박한 것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6일 오전 기자들과 학교 관계자, 경비원들 사이로 대학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대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우석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를 검증할 조사위원회를 발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찬 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이종찬 서울대 11시기자회견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6일 오전 기자들과 학교 관계자, 경비원들 사이로 대학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대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우석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를 검증할 조사위원회를 발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이종찬 서울대 11시기자회견

논문 조작 인정=황 교수는 이날 “초기 줄기세포 6개가 곰팡이균에 오염돼 훼손된 뒤 미즈메디병원에 분양했던 2·3번 줄기세포를 가져와 복원하고, 추가로 6개의 줄기세포를 수립했다”며 “이들 줄기세포로 논문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줄기세포는 8개밖에 없는데, 11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배양했다는 논문을 쓴 것이 된다. 적어도 3개의 줄기세포는 조작됐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논문 작성 뒤 3개의 줄기세포를 추가로 수립했다고 했다. 피디수첩이 황 교수팀한테서 넘겨받은 줄기세포는 2·3·4번과 10·11번이다. 논문에 실리지도 않은 10번과 11번 줄기세포의 진위를 확인해 보라고 내준 꼴이다.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도 “줄기세포 8개를 가지고 11개로 불려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학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줄기세포 곰팡이 오염도 의혹=황 교수는 “올해 1월 수의대 건물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고로 그동안 수립했던 줄기세포주 6개가 모두 곰팡이균에 오염돼 미즈메디병원으로 옮겨 살리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쓰인 줄기세포들이 알 수 없는 경위로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었지만, 이 6개의 줄기세포를 배양했던 사실로 ‘원천기술’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 매 단계마다 가급적 많은 샘플을 따서 곰팡이가 살 수 없는 영하 80도의 액체질소 속에 보관하는데 샘플 전체가 망가졌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 생명과학자는 “이런 실험 과정의 범례는 섀튼 교수와 황 교수팀에서 파견한 박종혁 박사가 공동으로 <네이처> 올해 6월호에 게재한 프로토콜에도 잘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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