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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3년만에 다시 메르스…추석까지 2주가 고비

등록 2018-09-09 18:09수정 2018-09-09 22:33

쿠웨이트 다녀온 60대 남성 확진
입국 때 발열·기침 없어 검역 통과
병원 갔다가 의심환자로 격리돼
최대 14일 잠복기간이 확산 고비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다시 한반도에 찾아왔다. 2015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의 국내 유입이 확인되자, 9일 정부는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에 대해 집중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메르스 잠복기를 고려할 때, 앞으로 2주가량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서울에 거주하는 61살 ㄱ씨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국내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은 3년 만이다.

ㄱ씨는 8월16일부터 9월6일까지 쿠웨이트에 머물다가, 6일 밤 10시35분 에미레이트항공 EK860편에 탑승했다. 앞서 8월28일에는 설사 등 증상으로 쿠웨이트 현지 병원을 찾았다. 설사가 6차례 이어지는 등 가라앉지 않자, 그는 평소 알고 지낸 삼성서울병원 의사한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ㄱ씨는 7일 새벽 1시10분 경유지인 두바이에 도착한 뒤, 두시간여가 지난 뒤인 새벽 3시47분 EK322편을 타고 같은 날 오후 4시51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때 ㄱ씨와 접촉한 항공기 승무원 3명, ㄱ씨 좌석 앞뒤 3개 열에 탔던 승객 10명, 휠체어 도우미 등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택격리 되어 있다. ‘밀접 접촉자’는 ㄱ씨와 2m 이내 거리에서 긴밀하게 접촉한 사람들이다. ㄱ씨는 항공기 2층에 위치한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밀접 접촉자가 적었다.

ㄱ씨는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휠체어를 부탁했고, 휠체어를 탄 채 오후 5시13분 인천공항 검역소를 통과했다. 검역관은 ㄱ씨에게 “지금도 설사 증상이 있는지”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ㄱ씨는 열흘 전에 설사 증상이 있었으나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고 약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건강상태 질문서’에 신고했다. 검역관이 직접 체온을 쟀더니 36.3도였다. 검역관은 체온이 정상이었기 때문에 의심 환자로 분류하지 않고 이후에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직접 병원에 가지 말고 콜센터(1339)에 신고하거나 보건소에 연락할 것을 교육한 뒤 검역을 끝냈다.

메르스의 구체적인 감염원과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중동 지역 낙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메르스의 구체적인 감염원과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중동 지역 낙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주로 발열과 기침·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간혹 ㄱ씨처럼 설사나 구토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공항 검역에서 ㄱ씨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2015년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 위원장을 맡았던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소화기 증상이나 근육통 등의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ㄱ씨와 같은 비특이 증상을 모두 검역에서 걸러내는 시스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후 5시38분 ㄱ씨는 공항을 나섰다. 마중 나온 아내와 함께 리무진 택시를 탔다. 그런데 ㄱ씨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니라 서울 강남구 일원로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이었다. 지인인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탈수 증상 등을 호소했다. 이날 저녁 7시22분께, ㄱ씨는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앙지가 된 이후, 응급실 외부에 별도로 격리진료실을 마련해두고 있다. 발열·호흡기 질환자는 모두 응급실로 가기에 앞서 이곳에서 감염병 증상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ㄱ씨는 지인의 안내를 받아 격리진료실 안의 음압병실에 머물렀다. 다른 환자들도 있었으나 직접 접촉은 없었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37.6도였던 체온은 저녁 8시37분 38.3도까지 올랐다.

밤 9시34분께,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당국에 ㄱ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했다. 그 뒤 ㄱ씨는 서울 강남구보건소 음압격리 구급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와 환자 사이의 공간은 격리되어 있었다. 서울대병원에는 이날 자정이 넘어 도착했다. ㄱ씨를 진료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다. 이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8일 오후 4시께 메르스 양성으로 확인했다.

ㄱ씨의 감염 경로는 아직 역학조사 중이다. 메르스의 잠복 기간은 최소 2일, 최대 14일이다. 이 때문에 쿠웨이트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쿠웨이트는 메르스가 발생한 13개국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2016년 8월 이후로 2년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가 검역법상 검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메르스 오염 지역’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질본 관계자는 “ㄱ씨가 비행기를 환승한 두바이가 메르스 오염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역을 느슨하게 실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9일 현재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택에 격리된 인원은 22명이다.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일상 접촉자’ 440명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명단을 통보한 뒤 잠복기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유선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을 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ㄱ씨의 이동 경로를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역학조사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접촉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메르스 확산 여부는 앞으로 2주가 고비다. 메르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견줘 ㄱ씨가 접촉한 사람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방역체계 감시망이 뚫릴 수도 있다. 공항이나 병원에서 ㄱ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경우, ㄱ씨가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된 8일 오후 4시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격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2차 감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접 접촉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면서, 비행기의 다른 승객 등 혹시 놓친 접촉자가 없는지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ㄱ씨 진료를 맡은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위중한 상태는 아니지만 미열이 있어 완치 판정을 내리려면 최소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며 “20일께까지 다른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내에서의 전파는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박현정 최민영 이지혜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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