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차 투자활성화 대책’
외부자본 제한 두지 않아
49%까지 지분 확보 가능
의료기관간 인수합병도 허용
사모펀드 병원장악 말썽
미국 전철 밟을 우려
국회 ‘의료영리화 정책 토론회’
“의료비 연 7천억~2조2천억↑”
외부자본 제한 두지 않아
49%까지 지분 확보 가능
의료기관간 인수합병도 허용
사모펀드 병원장악 말썽
미국 전철 밟을 우려
국회 ‘의료영리화 정책 토론회’
“의료비 연 7천억~2조2천억↑”
의료법인의 자회사에게 각종 영리활동의 길을 터주는 내용의 정부 방침이 시행되면 고배당을 노리는 나라 안팎의 투기자본이 의료영역에 진출하면서 의료 공공성이 더욱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회사 지분 49%까지 보유할 수 있는 외부 자본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설 경우 의료비가 크게 오르고 결국에는 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이어져 보장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근거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영리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투기자본 진출 못 막는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보면, 투자운용사나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지분의 49%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자회사는 발생하는 수익을 모법인인 의료법인과 재무적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관련 규정상 영리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외부 자본에는 제한이 없다. 외국의 투기 자본도 영리 자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홍헌호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에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는 의료법인이 847개인데, 여기서 자회사가 수천개 나올 것이다. 그러면 병원 소유주가 대리인을 내세워 맥쿼리 인프라같은 집합투자회사(돈을 모아 투자해 수익을 나눠주는 회사)를 세울 수도 있고, 다른 외부자본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한 맥쿼리 인프라가 2012년 과다한 요금 인상을 시도한 것과 같은 일을 앞으로는 환자들이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의료기관간의 인수합병도 허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사모펀드가 병원들을 장악한 미국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도 처음에는 의사들이 소유한 병원들이 많았으나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베인앤컴퍼니라는 사모펀드가 장악하고 있는 에이치시에이(HCA)펀드가 가장 큰 영리병원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국에도 이런 자본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에이치시에이펀드는 저소득층에게 진료비를 부당청구해 물의를 빚었다. 이들이 영리자회사를 통해 건강보험 과다청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의료비 7000억~2조2000억 늘 것” 배당과 같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수익 중심의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영리 자회사로 인해 환자의 의료비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시민단체 등은 우려한다. 영리 자회사에 의료기관(병원건물)과 의료기기 임대업을 허용하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병실료가 뛰고 환자의 필요와는 상관 없는 의료기기를 더 많이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관절보조용구나 이불·베개, 옷 등까지 환자에게 강매할 수도 있다.
자회사가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등을 사도록 환자를 유혹하기도 어렵지 않다. 이는 결국 환자의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 때문에 지출이 늘어나는 건강보험의 재정은 계속 약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경제국장은 “영리자회사 허용으로 상업진료, 과잉진료, 부당진료가 넘쳐나면, 의료비가 늘어나 환자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영리화 정책 토론회’에서 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이 2009년 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필요성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국민의료비 부담이 연간 7000억~2조2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5년 전 자료라 현재 상황에 대입하면 의료비 증가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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