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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의료자회사, 환자부담 늘리고 건보 약화 초래”

등록 2014-01-05 20:01수정 2014-02-28 17:31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한 병실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욕창을 막기 위해 몸을 주무르며 돌보고 있다. 정부가 의료 영리화를 추진함에 따라 기본적인 병원 의료비도 높아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한 병실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욕창을 막기 위해 몸을 주무르며 돌보고 있다. 정부가 의료 영리화를 추진함에 따라 기본적인 병원 의료비도 높아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의료 영리화 논란 확산] 의료투자 활성화 정책 문제점 뭔가
의료 영리화 논란을 제기하는 쪽의 기본 명제는 ‘의료시장에서 환자는 약자다’이다. 정부의 말처럼 병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환자의 비용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수익을 낼 수 없고 이는 곧 의료의 질 하락이나 의료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전체 의료분야에서 공공 영역의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브레이크 없는 영리화’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료법인 부대사업·영리자회사 허용
자회사 건강식품 등 과다처방에
의료 임대업은 병실료 올릴 우려

의료 양극화 확대
비싼 검사·피부환자 화장품 등
민간보험 의존 높여 건보 훼손

■ 환자 비용 늘고, 의료 질은 하락 우려 의료 영리화 논란의 핵심은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 가운데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는 할 수 없던 각종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부분이다. 현재는 의료법인이 교육이나 의료기기 판매, 산후조리원이나 장례식장 운영 등 의료 행위와 직접 관련된 사업만 할 수 있었으나, 정부는 앞으로 의료법인도 자회사를 세워 의료와 직접 관련 없는 돈벌이 사업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의료기관 임대업,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온천 및 목욕장업, 체육시설 운영업 등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다가올 상황을 두고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에서 환자를 갖가지 돈벌이에 이용하는 ‘의료종합상사’가 될 것”이라고 규정한다. 의료법인의 자회사는 의료기관 임대업을 하면서 병실료를 더 받게 되고, 영리법인의 의사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가 아니더라도 자회사의 의료기기를 이용한 과다진료를 받도록 유도하기 쉬워진다는 예측이다. 당연히 환자가 내야 할 비용은 오르는 셈이다.

또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이 ‘원래 용도’와 다르게 비싼 값에 이용되는 과정에서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자회사가 판매하는 각종 보조용구는 물론 이불, 베개, 옷 등 침구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할 수도 있다. 자회사가 파는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 피부환자용 화장품 등을 의사가 권하는데도 환자가 마냥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도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처지에 자회사를 통한 병원의 영리추구 요구에 맞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은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 상업화의 극단적 형태로, 결국 국민들이 의료비를 더 쓰게 해 의료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강요받게 되면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는 등 이중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의료법인이 다른 의료법인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도록 허용하는 안과 신약이나 새 의료기기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안도 담고 있어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 건강보험마저 약화 우려 보건복지부는 이번 대책이 의료법인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일 뿐, 의료의 공공성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의료 정책은 현재 경영난에 시달리는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통해 이익을 내는 등 경영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한 조처이고, 의료법인의 자회사 운영으로 얻은 수익은 의료법인에 다시 투자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그렇잖아도 공공의료의 비중이 턱없이 낮은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 병원이 자회사를 통한 영리추구에 나서게 되면 건강보험의 존재 기반마저 취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환자가 현재 직접 내는 의료비 말고도 각종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값비싼 검사 등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분야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게 되면 민간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건강보험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곧 의료 양극화의 확대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정현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그나마 공공재로서 기능하고 있는 의료를 환자의 주머니를 터는 각종 수익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은 내용상의 의료 민영화”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전체 의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금액을 뺀 공공의료비 비중이 55.3%(201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72.2%)보다 16.9%포인트나 낮은 등 이미 고도로 민영화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영리화의 여파로 건강보험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의료의 공공성이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일부 경제자유구역 등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도록 한 것은 새로 몇몇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문제였지만, 박근혜 정부의 영리 부대사업 허용은 현재의 비영리 의료법인 병원이 모두 다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손준현 기자 himtrain@hani.co.kr

의료 민영화, 영리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은 의료기관의 소유구조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꾸는 게 아닌 만큼 ‘민영화’보다는 ‘영리화’라고 부르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다. 한국의 공공병원 병상수 비중은 전체의 10.4%가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5.1%)에도 한참 떨어지는 꼴찌라 더이상 민영화할 여지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의료 영리화가 결국 건강보험 체계를 약화시켜 민간보험 의존도를 높이는 등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흔들게 된다는 점에서 ‘민영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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