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맞는 장면. 자료사진
지난해 주사 처방률 23%…선진국은 5% 이하
환절기 때마다 감기를 달고 사는 직장인 지현준(남·34)씨는 감기 신호만 오면 곧장 병·의원을 찾아 주사를 찾는다. 지씨는 “일하기도 바쁜데 약 먹어야 효과도 없는 것 같다”며 “그때 그때 얼른 병원 가서 주사 한 방 맞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2004년 10월 전국 20살 이상 남녀 1천여명과 동네의원 6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환자)의 66.3%가 ‘주사의 치료 효과가 좋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도 56.3%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 치료 기간을 단축시킨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69.7%, 의사는 55.1%였다.
이처럼 환자와 의사들이 주사를 좋아하는 경향이 커, 지난해 3분기 조사를 보면 외래에서 사용된 주사 처방률은 23.2%나 됐다. 이는 예전보다는 줄어들고 있는 수치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매우 높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1년 조사 자료를 보면 미국은 5%이하, 스웨덴 1% 이하, 호주 2% 이하 등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주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성 쇼크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서라도 주사제 사용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 김철환 인제의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사는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매우 응급한 때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주사의 부작용인 급성 쇼크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사는 몸에 흡수가 빨라 금방 효과를 볼 수 있으나, 효력이 짧은 시간만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또 먹는약보다 부작용의 가능성이 커, 알레르기 같은 과민반응이나 주사 부위의 출혈, 염증, 신경장애 등도 일어날 수 있다.
환자도 의사도 ‘빠른 효과’ 과신
막무가내 요구에 과도한 처방 남발
먹는 약과 효과 비슷’ 홍보 절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주사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올바른 의사전달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02년 “환자들이 주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사의 효과가 먹는약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다고 여기고, 의사들도 주사가 환자를 최대로 만족시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처방이 이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사 처방이 매우 적은 병·의원의 의사들도 같은 지적을 한다. 심평원의 조사 결과 주사 처방률이 가장 낮은 의원 가운데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ㄱ원장(서울 강남구)은 “외래진료를 받으러온 환자들의 경우 주사가 필요 없는 질환이 대부분”이라며 “먹는약도 주사와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는 설명을 하면 환자들 대부분이 주사를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사를 꼭 원하는 환자에게는 주사의 효과보다는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며 “그 때도 환자가 예전에 주사 부작용 경험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사를 적게 쓰는 의원들은 주사 처방을 요청하는 환자나 뿌리박힌 주사 처방 관행 때문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주사 처방률이 0%였던 한 의원의 김아무개 간호사는 “최근에 일부 환자들에게 주사를 다시 쓰고 있다”며 “나이 든 환자일수록 주사 놔 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병·의원 경영 상의 문제를 들어 주사 사용을 외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의원을 열고 있는 ㄴ원장은 “주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환자 수가 당장 떨어진다”며 “의원을 운영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주사를 써야했고, 그러다 주사 처방률이 높은 의원으로 꼽히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선민(가정의학과 전문의) 심평원 심사위원은 “정부와 함께 주사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나 위험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지만, 특히 노인들이 아직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에 대한 홍보와 함께 먹는 약에 비해 주사의 부작용이 크다는 실증적인 자료 등으로 의료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ongbyul@hani.co.kr
막무가내 요구에 과도한 처방 남발
먹는 약과 효과 비슷’ 홍보 절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주사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올바른 의사전달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02년 “환자들이 주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사의 효과가 먹는약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다고 여기고, 의사들도 주사가 환자를 최대로 만족시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처방이 이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사 처방이 매우 적은 병·의원의 의사들도 같은 지적을 한다. 심평원의 조사 결과 주사 처방률이 가장 낮은 의원 가운데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ㄱ원장(서울 강남구)은 “외래진료를 받으러온 환자들의 경우 주사가 필요 없는 질환이 대부분”이라며 “먹는약도 주사와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는 설명을 하면 환자들 대부분이 주사를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사를 꼭 원하는 환자에게는 주사의 효과보다는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며 “그 때도 환자가 예전에 주사 부작용 경험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사를 적게 쓰는 의원들은 주사 처방을 요청하는 환자나 뿌리박힌 주사 처방 관행 때문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주사 처방률이 0%였던 한 의원의 김아무개 간호사는 “최근에 일부 환자들에게 주사를 다시 쓰고 있다”며 “나이 든 환자일수록 주사 놔 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병·의원 경영 상의 문제를 들어 주사 사용을 외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의원을 열고 있는 ㄴ원장은 “주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환자 수가 당장 떨어진다”며 “의원을 운영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주사를 써야했고, 그러다 주사 처방률이 높은 의원으로 꼽히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선민(가정의학과 전문의) 심평원 심사위원은 “정부와 함께 주사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나 위험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지만, 특히 노인들이 아직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에 대한 홍보와 함께 먹는 약에 비해 주사의 부작용이 크다는 실증적인 자료 등으로 의료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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