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30% 정률제 시행…감기환자 부담 1250원 늘어
감기 치료에 주사와 먹는약의 효과는 비슷하지만, 주사를 맞는 비용이 9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기 등 가벼운 질병에 대해 치료비의 30%를 내는 정률제가 오는 7월 도입되면, 주사를 맞는 환자는 지금보다 1250원을 더 내야 한다.
현재, 항생제의 하나인 세프라딘캅셀의 먹는약(245원)과 주사약(996원) 값은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주사를 놔주는 데 따르는 수기료(910원) 등이 포함되면 2210원이 추가로 든다. 지금까지는 감기 등 가벼운 질병에 대해 진료비가 1만5천원(약국은 1만원) 이하면 환자들이 3천원(약국은 1500원)의 정액만 내면 돼, 환자들은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주사를 맞든 안 맞든 모두 45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정액 본인부담제 대신 환자가 진료비의 30%를 부담하는 정률제가 시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감기에 걸려 병·의원에서 약 처방만 받으면 5090원을 내면 되지만 주사를 맞으면 5750원을 내야 한다.(그래픽 참조)
주사제는 응급상황이나 약을 먹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쓰라고 권장되고 있지만, 환자들이 주사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병·의원에서 2~3일치 약 처방만 해도 되는 경우에도 주사 처방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외래환자에 대한 주사 처방률은 23%대로 선진국(5% 이하)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고, 의원은 주사제 처방률이 90%를 웃도는 곳이 전국적으로 86곳에 달한다. 같은 효능을 지닌 약을 먹기도 하고 주사로도 맞아 약물 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내과의원 의사는 “환자들이 주사를 맞으면 병이 빨리 낫는다고 믿지만 체내 흡수가 조금 빠를 뿐 효과 자체가 다른 것은 아니”라며 “확률이 낮기는 하나 소화장애가 생기거나, 심한 경우 쇼크가 올 수도 있으니 가급적 주사를 맞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주사제 남용의 심각성을 알리고 적정 처방을 유도하려 지난해 5월, 주사제 처방률을 공개한 바 있다. 그 결과, 처방률을 공개한 것만으로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처방률이 2.8%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도 35억원이나 절감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