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발표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
“황 전교수 독촉에 심한 스트레스 받아”
김선종씨 제7저자에 실망 ‘섞어심기’ 중단
조작의혹 불거지자 ‘기록폐기’ 부탁도
“황 전교수 독촉에 심한 스트레스 받아”
김선종씨 제7저자에 실망 ‘섞어심기’ 중단
조작의혹 불거지자 ‘기록폐기’ 부탁도
2004년 10월5일 이른 아침, 서울대 수의과대학 생명공학 연구실. “어떻게 하나, 큰 일이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던 황우석 전 교수의 얼굴에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던 배반포가 영양지지세포에서 떨어져 있었다.
배양을 맡았던 김선종 연구원은 일주일 전께부터 세포가 죽어가는 것을 봤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질 수 있겠냐”고 물었다. 김 연구원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황 교수는 “이것만 되면 더 여한이 없다”며 줄기세포 확립을 채근해 온 터였다.
김 연구원은 즉시 미즈메디 연구소로 갔다. 미즈메디의 4번 수정란 줄기세포의 일부 덩어리를 떼어내 줄기세포용 배양액이 들어있는 배양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서울대 실험실로 돌아와 영양지지세포에서 떨어진 배반포를 이 배양접시에 섞어 심었다. 다음날 콜로니가 관찰되자 황 교수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황 교수가 “필생의 역작”이라고 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조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검찰은 “황 교수의 독촉으로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학계에 영향력이 큰 황 교수로부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유학간 뒤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황 교수가 지난해 4월 하순께부터 줄기세포 수립을 독촉하지 않고, 자신이 논문의 제7저자에 그친 데 실망한 뒤 섞어심기를 멈췄다. 그가 ‘바꿔치기’가 아닌 ‘섞어심기’를 한 것은 혹시 배반포에서 콜로니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 연구원의 섞어심기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황 교수는 아침마다 그와 함께 세포를 관찰했지만 세포 상태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배양에 관해서는 김 연구원을 “나의 선생님”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김 연구원은 치밀하기도 했다. 영양세포용과 줄기세포용 배양액은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바로 곁에서 일하는 권대기 연구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배양접시에 모두 줄기세포용 배양액을 넣었다. 미즈메디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들을 확보할 때는 “황 교수팀의 실험에 사용한다”고 둘러댔다. 이 수정란 줄기세포들은 외부에는 분양된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떼어올 때도 “조명이 밝으면 세포에 좋지 않다”며 작업대 조명을 제외한 실험실 조명을 다 끄고 실험을 했다. 지난해 10월 논문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미국에 있던 김 연구원은 황 교수로부터 줄기세포 2·3번의 테라토마 슬라이드를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 연구원은 “디엔에이(DNA)가 검출되지 않도록 약품처리를 해달라”고 미즈메디 연구원들에게 부탁했다. 섞어심기가 탄로날까 두려워 12월에는 수정란 줄기세포 반출 기록 등을 폐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를 앞두고도 허위 증언을 요청했고, 자신도 거짓 증언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황 교수는 체세포 공여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2004년 논문의 데이터 조작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는 2003년 5월 김 연구원이 1번 줄기세포의 디엔에이지문 분석을 맡기려고 디엔에이를 추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고 “난자제공자의 체세포 디엔에이 시료를 둘로 나눠서 보내라”고 박종혁 연구원 등에게 지시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검찰은 “황 교수의 독촉으로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학계에 영향력이 큰 황 교수로부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유학간 뒤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황 교수가 지난해 4월 하순께부터 줄기세포 수립을 독촉하지 않고, 자신이 논문의 제7저자에 그친 데 실망한 뒤 섞어심기를 멈췄다. 그가 ‘바꿔치기’가 아닌 ‘섞어심기’를 한 것은 혹시 배반포에서 콜로니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 연구원의 섞어심기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황 교수는 아침마다 그와 함께 세포를 관찰했지만 세포 상태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배양에 관해서는 김 연구원을 “나의 선생님”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김 연구원은 치밀하기도 했다. 영양세포용과 줄기세포용 배양액은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바로 곁에서 일하는 권대기 연구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배양접시에 모두 줄기세포용 배양액을 넣었다. 미즈메디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들을 확보할 때는 “황 교수팀의 실험에 사용한다”고 둘러댔다. 이 수정란 줄기세포들은 외부에는 분양된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수정란 줄기세포 덩어리를 떼어올 때도 “조명이 밝으면 세포에 좋지 않다”며 작업대 조명을 제외한 실험실 조명을 다 끄고 실험을 했다. 지난해 10월 논문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미국에 있던 김 연구원은 황 교수로부터 줄기세포 2·3번의 테라토마 슬라이드를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 연구원은 “디엔에이(DNA)가 검출되지 않도록 약품처리를 해달라”고 미즈메디 연구원들에게 부탁했다. 섞어심기가 탄로날까 두려워 12월에는 수정란 줄기세포 반출 기록 등을 폐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를 앞두고도 허위 증언을 요청했고, 자신도 거짓 증언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황 교수는 체세포 공여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뀐 2004년 논문의 데이터 조작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교수는 2003년 5월 김 연구원이 1번 줄기세포의 디엔에이지문 분석을 맡기려고 디엔에이를 추출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고 “난자제공자의 체세포 디엔에이 시료를 둘로 나눠서 보내라”고 박종혁 연구원 등에게 지시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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