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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줄기세포 논문 조작' 불기소 까닭은

등록 2006-05-12 16:32수정 2006-05-12 19:05

외국사례ㆍ학문자유ㆍ학계 자정 등이 배경

검찰이 12일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해 연구비를 타낸 혐의(사기) 등으로 황우석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정작 논란의 핵심이었던 `논문 조작' 부분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있지도 않은 줄기세포를 갖고 논문을 써서 유력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제출함으로써 상식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지만 법으로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은 "`논문조작'은 죄가 아니다"는 게 아니다. 국내외의 입법례와 유사 사건 사례, 헌법상 학문의 자유 수호 등 외적 요인을 감안해 고민 끝에 내린 판단이다.

검찰은 당초 사이언스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황박사를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데이터를 조작해 논문을 제출한 행위로 사법처리된 전례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논문 조작행위가 사기 등 다른 범죄행위와 관련될 경우엔 처벌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견책, 연구비 지급 중단, 지원 대상 제외 등 행정조치만 이뤄지는 게 해외의 관례였다.

일본의 경우 업무방해죄가 있지만 황박사처럼 사이언스에 조작된 논문을 게재한 학자를 처벌하지 않은 점도 참고가 됐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대신 작성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된 적은 있어도 조작된 논문을 제출했다가 형사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도 논문조작 불기소 배경이 됐다. 그래서 연구의 진실성 평가는 다른 연구자들의 이론적 비판과 과학적 검증을 통한 학계의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작 의도와 정도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도 `논문조작'을 기소하지 못한 이유다.

이번 사건이 선례가 돼 모든 연구의 진위 여부를 사법적 판단으로 맡기게 된다면 학계의 자정 기능을 무력화해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고 검찰은 무혐의 배경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이밖에 황박사가 사기와 횡령 등 다른 범행을 저지름으로써 다른 법률에 의해 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도 감안해 논문 조작을 따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황 박사가 2005년 논문에 실은 줄기세포 성과를 토대로 SK와 농협에서 연구비를 탄 부분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기소 범위에 포함시켰다.

황 박사가 2,3번 줄기세포(실제는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로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2005년 논문을 조작한 뒤 `경제성'과 `상업성'을 과시하며 연구비를 타낸 것은 기망(남을 속이는 것) 행위가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황박사가 전세계 과학자들이 최신 연구성과를 선보이는 공론의 장이기도 한 사이언스에 조작된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한국 과학계의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불러왔지만 학계의 자정능력이 확보되도록 `논문조작 불기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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