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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황박사 연구비 횡령ㆍ집행ㆍ돈세탁 실태

등록 2006-05-12 16:03수정 2006-05-12 19:09

20억 사기ㆍ8억3천만 횡령ㆍ2억 환치기
정치자금제공ㆍ부인車 구입…63개 차명계좌로 돈세탁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통해 민간 기업에서 연구비 20억원을 지원받았을 뿐 아니라 정부지원금 1억9천266만원과 민간 연구비 6억4천2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황 박사는 친인척 차명계좌를 이용해 치밀하게 돈세탁을 하고 2억원을 해 외계좌로 환치기하는가 하면 연구비를 부인 차량 구입비에 쓰고 여야 정치인 수십명 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하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을 보여줬다.

◇ 정부지원금 횡령ㆍ불투명 집행 = 황 박사팀은 과학기술부에서 240억원, 정통 부에서 43억원, 교육부에서 4억500만원 등 총 287억5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이 중 164억4천400만원을 집행했다.

황 박사는 과학기술부 지원금 중 돼지(494마리) 구입비 명목으로 1억9천266만원을 타낸 뒤 이 돈을 돼지 농장주 계좌에 입금하고 개인비서가 현금으로 찾아오는 방식으로 횡령했다.

황 박사와 개인비서, 돼지 농장주 등 세 사람은 이런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자 검찰 수사에 대비해 황 박사의 오피스텔에서 만나 `입맞추기'도 시도했다.

황 박사의 정부지원금 사용의 문제는 불투명한 자금 집행에서도 드러난다.

연구원 53명의 통장과 도장을 황 박사 개인비서가 관리하면서 이들에게 지급돼 야 할 연구비 8억1천여만원을 통합관리해 불분명한 용처에 사용했고 연구과제에 참 여한 적이 없는 연구원의 인건비도 타냈다.

광우병 내성소 개발 연구비 명목으로 과기부에서 43억원을 지원받고도 신산업전략연구 원에서도 31억5천400만원을 중복지원받았고 과기부 지원금 중 2억원은 황 박사팀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은 대학교수 노모씨의 계좌에 입금됐다.


박기영 전 청와대 보좌관에게도 연구비 명목으로 2억5천만원이 제공됐지만 박 전 보좌관 연구팀은 황 박사에게 최종 연구개발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황 박사는 수의대에서 받은 여비를 모두 현금으로 출금해 다른 자금이 뒤섞인 계좌에 넣었다가 다시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기 때문에 정확한 사용처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민간지원금도 불분명한 집행 = 황 박사팀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에서 모 금된 금액은 신산업전략연구원에 61억원, 한국과학재단에 33억3천만원, 관악구 후원회에 2억8천만원 등 총 96억8천만원이었다.

이중 황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조작을 알지 못한 채 속아 10억원씩의 후원금을 낸 SK와 농협중앙회는 황 박사의 사기 혐의 피해자가 됐다.

황 박사는 민간지원금 중 소 구입비로 31억5천여만원을 타내 이중 5억9천200만원을 차명계좌로 받아 횡령하고 이병천 교수와 함께 재료비를 허위로 청구해 5천만원을 가로채는 등 6억4천200만원을 횡령했다.

특히 황 박사는 SK 기술원장 박모씨에게 "줄기세포 관련 기술과 정보, 인맥 등 을 SK에 제공해줄 수 있다"며 "서울대를 거치면 지원금이 줄어든다"고 말해 서울대 총장 계좌를 거쳐 받도록 돼 있는 연구비를 과학기술재단을 통해 받도록 만들었다.

◇ 환치기ㆍ돈세탁ㆍ부인車 구입 = 검찰은 황 박사가 2005년 9월 재미교포 강모 씨의 계좌에 2억원을 입금한 뒤 그해 11월 미국에 가서 강씨에게서 2억원 상당의 달 러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 환치기 혐의를 적발했다.

황 박사는 권대기 연구원 등 연구원 명의 계좌 53개 등 총 63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현금 입출금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했다.

검찰은 황 박사가 매제 임모씨의 계좌를 이용해 2001년 12월∼2002년 4월 민간 지원금 중 4억7천550만원을 입금받아 전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금 융기관 점포를 돌아다니며 넣다 빼는 방법으로 치밀하게 돈세탁을 했다고 전했다.

수천만원의 고액이 입출금되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큰 가방에 현금을 넣고 하루에 3∼4차례 금융기관을 방문해 1천만∼3천만원 정도를 분산 입금하거나 출금한 것이었다.

검찰은 황 박사의 매제 계좌에 2005년 7월∼11월 정체불명의 돈 2억3천500만원 이 입금된 사실도 찾아냈지만 황 박사는 "후원인에게서 받은 돈이다"며 끝내 출처를 말하지 않았다.

황 박사는 각종 지원금을 혼합관리하는 운영통장에서 돈을 빼내 여야 정치자금(액수미상), 부인의 승용차(SM 5) 구입(2천600만원), 후원자 선물비(1천600만원) 등에 썼고 논문조작 사건 후 우호적인 연구원들에게 2억9천여만원을 나눠주고 통장을 정리했다.

◇ 이병천ㆍ강성근 교수도 편취공모 = 황 박사팀은 이병천 교수의 친구가 운영 하는 약품회사나 소모품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구입하지도 않은 물품의 세금계산서 를 허위로 작성해 세금 10∼15%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받아 가로챘다.

연구과제별로 책정된 인건비도 원래 연구원에게 지급해야 하지만 황 박사팀은 2 ∼3개월에 한번씩 연구원들의 통장에 입금된 연구비를 인출해 이병천 교수와 강성근 교수 계좌로 송금받아 편취했다.

이런 방식으로 황 박사와 이병천 교수가 공모해 챙긴 민간연구비는 5천만원, 이 병천 교수가 편취한 정부지원 연구비는 2억4천600만원, 강성근 교수가 편취한 정부 지원 연구비는 1억1천200만원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해당 연구원들은 인건비의 규모는 물론, 이렇게 인건비가 지급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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