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모습. 보건복지부 제공
동네 의원에서 6개월 안에 대면진료를 본 적이 있으면 해당 병원 의사 판단에 따라 어느 질병이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진다. 휴일·야간엔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사실상 비대면 진료 대상이 초진 환자까지 넓어진 셈이라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나 약물 오남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마련해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되다 지난 6월부터 의료법 개정 없이 시범사업 형태로 하고 있다. 화상 진료를 원칙으로 음성 진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 전화 통화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처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는 환자 범위가 확대됐다. 지금은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본 지 30일 이내(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은 1년 이내) 다시 같은 병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재진 환자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다. 그러나 6개월 이내 의원을 방문한 적 있는 재진 환자라면 의사 판단에 따라 질병에 상관없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려 의원에서 진료를 본 뒤 6개월만 지나지 않았다면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같은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있다.
18살 미만 소아·청소년 초진 환자만 가능하던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 대상도 넓어진다. 연휴나 공휴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 이후 야간에 연령에 상관없이 초진 환자라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지금까진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 때 의학적 상담만 가능했으나 앞으론 약 처방도 가능하다. 다만,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은 의약품은 약국 방문 수령이 원칙이다. 집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섬·벽지 환자나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이다. 비대면 진료에서 처방이 금지된 의약품에 부작용 우려가 큰 사후피임약을 추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비대면 진료 예약 때 환자 질환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 의료 현장에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재진 환자인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에 견줘 의료 이용이 많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진료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3분 진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로)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약 처방 정도일 것”이라며 “한국은 이미 외래 진료 횟수도 많고 약 투약도 빈번한데 이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 전문가도 “아이가 밤에 열나거나 토해 비대면 진료를 본다 하더라도 의사 입장에선 응급실 가라는 말 외에는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곳저곳 전화 진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더 쉽게 의료 쇼핑을 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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