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9일 오후 광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 인력을 늘리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박인호 목포한국병원 원장은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적어도 현재 의대 정원(3058명)의 30%(917명) 이상은 무조건 증원해야 한다. 처음에는 현 정원의 절반(1529명) 이상 정도까지 늘린 뒤 조금씩 줄여가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의 종합병원인 목포한국병원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 응급 환자도 진료하는데, 인근 무안군, 진도군, 완도군은 물론 순천, 여수의 응급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는다.
이 병원은 얼마 전까지 하루 24시간 응급 환자에 대응하다, 최근엔 일부 과엔 응급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요일이나 시간을 뒀다. 의사가 부족한 탓이다. “이전보다 임금이 훨씬 올랐는데도 지원자가 거의 없습니다. 최근 2∼3년 새 더욱 심해져 6개월, 1년씩 결원을 못 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병원이 응급 환자를 볼 수 없는 요일이나 시간에 발생하는 응급 환자는 병원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박 원장은 “(이런 현실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전북 군산에 있는 종합병원인 동군산병원의 이성규 이사장(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도 “의사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필수 진료과는 서로 구하려다 보니 임금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심장, 뇌, 호흡기 등의 중환자를 보는 기존 의사들이 떠나면서 2∼3명이 근무하던 자리에 혼자 남게 되니 감당하기 벅찬 상황입니다. 남은 인력도 언제 힘들어서 떠난다고 할지 항상 불안해요. 무너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들은 지역 필수의료 위기의 첫째 원인으로 18년째 3058명으로 유지되는 의대 정원 동결로 인한 절대 인력 부족을 꼽았다. 피폐해져가는 지역에서의 근무와 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전공의(레지던트) 수련을 해 전문의가 되는 대신 특히 소득과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좇아 일반의로 남아 피부 미용 등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이 각 국립대병원에서 제출받은 올해 7월 기준 전공의 현황을 보면, 전국 15개 국립대병원(본·분원 구분) 25개 진료과의 전공의 정원은 모두 2632명인데, 현원은 14% 부족한 2267명이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정원의 45%, 흉부외과는 39%, 산부인과는 27% 부족하지만 성형외과는 부족한 인원이 없고, 피부과는 4%만 부족했다. 대한의학회 발표를 보면, 전문의 합격자 수는 2011∼2020년까지 2010년(3226명) 대비 95∼109% 수준이다가 2021년, 2022년엔 각각 90.1%, 90.3%로 줄었고 올해는 87%(2807명)까지 떨어졌다.
비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필수 진료과 의료인들은 우선 의대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인원이 지역과 필수의료에 안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짚었다. 박인호 원장은 “지역 의과대학에 지역 인재를 많이 뽑고, 졸업생들이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부천에 있는 종합병원인 세종병원의 박진식 이사장은 “의대 정원이 늘면 (피부 미용 등) 비급여 진료의 경제적 이익이 줄어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인원이 있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필수의료 분야가 버틸 수 있도록 하는 조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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