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다루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일정을 다음주(23∼27일)로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의협과 논의를 거쳐 증원 규모 등을 확정하기로 하면서, 사흘 전까지 ‘집단 휴진’을 으르던 의협도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복지부와 의협 설명을 20일 종합하면, 양쪽은 애초 11월2일 열기로 했던 협의체를 다음 주로 앞당기기 위해 구체적인 일시를 조율하고 있다. 정부와 의협은 지난 1월부터 매주 협의체를 열어 필수의료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의대 증원에 대한 의협 내부 반발 탓에 실제 회의는 들쭉날쭉 열렸다. 지난달 21일 14번째 회의를 마지막으로 복지부와 의협의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의협은 전날 정부가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한 뒤, 정부와 대화를 앞두고 의사 증원에 반발하는 강경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수가(진료비) 보상 확대, 국립대병원 교수 확충, 의료사고를 낸 의료인에 대한 형사 처벌 특례 범위 확대 등 의사들이 요구해온 정책이 상당 부분 담기면서, 의협이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복지부가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 우리(의협)가 주장한 정책을 많이 반영했고, 의견을 존중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정부·의협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도 정부와 협의를 통해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가 오가는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거나 집단 진료 거부 움직임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여전하다. 증원에 대해 개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봉직의 등 의협 내부 반대 기류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부가 제시하는 증원 규모가 연 1000명 이상으로 의료계의 예상을 크게 웃돌 경우 의협이 또다시 ‘총파업’(진료 거부) 방침 등을 협상 카드로 꺼낼 수 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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