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곳 국립대병원의 계약직 의사 수가 최근 3년 반 사이 57%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정년이 보장된 임상분야 교수(기부금 등으로 임용하는 기금교수 포함)는 12.5%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대부분의 병원에서 계약직 의사 연봉이 정규직을 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환자를 보며 교육·연구까지 겸하는 정규직 의사 비중이 줄고, 단기 계약직 의사 비중이 커지면서 국립대병원의 중증질환 치료와 연구 역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가 25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국 10곳 국립대병원 의사 현황 자료를 보면, 이들 병원의 계약직 의사 수(전공의 제외)는 2019년 말 427명에서 올해 6월 현재 672명으로 5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병원의 계약직 진료 의사 비중은 18.3%에서 23.9%로 5.6%포인트 늘었다. 계약직 의사(촉탁의·진료교수 등)는 1년 단위로 병원과 근로계약을 맺고 병동·응급실 환자를 본다. 반면 정년이 보장된 임상분야 교수는 진료뿐 아니라 의대생 교육과 연구를 함께 맡는다.
국립대병원의 계약직 의사가 대폭 늘어난 건, 개인 병·의원을 여는 등 목적으로 퇴직 교수가 늘어난 반면 교수직을 지망하는 젊은 의사가 줄어든 자리를 1년 단위 계약직이 메운 결과다. 국립대병원 교수 지원자가 줄면서, 일부 병원은 교수 정원을 채우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도 김원이 의원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은 교수 채용이 어려워 진료 유지에 필요한 의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직 의사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지난해 기준 경북대·부산대병원을 제외한 국립대병원 8곳에선 계약직 의사의 평균 연봉이 임상분야 교수를 앞질렀다. 경상대병원에선 교수들의 평균 연봉이 1억4678만원이었던 반면, 계약직 의사는 53.1% 많은 2억2469만원을 받았다. 강원대병원과 제주대병원에서도 계약직 의사 연봉이 교수보다 각각 35.5%, 32.7% 높았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