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4명 중 1명은 불안이나 우울, 알코올 사용장애 같은 정신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 10명 가운데 1명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정부는 전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올해 초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1’을 9일 보면 2021년말 정신건강실태 조사에 응한 18~79살 가운데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장애(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를 앓은 적 있다고 한 비율은 27.8%였다. 응답자 중 정신장애 진단 도구(K-CIDI)를 통해 한 번이라도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사회복지사)와 상의한 적 있다고 한 이들 비율은 12.1%에 그쳤다. 이런 비율은 선진국에 견줘 크게 낮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이들의 최근 1년간 전문가와 상담 경험률을 보면 캐나다 46.5%, 미국 43.1%, 벨기에 39.5% 등으로 높았다.
2021년 한 해 동안 정신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가운데 환각 등으로 인해 일상을 살아가는데 제약이 있는 정신질환(치매 제외 F 코드 진료) 치료를 받은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5125명이었다.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5만9412명 중 입원 결정을 스스로 한 경우는 3만8115명이었으며, 나머지는 비자의(강제) 입원 혹은 응급입원 치료를 받았다. 한국은 오이시디(OECD) 회원국 가운데 조현병, 망상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 환자의 입원 치료 기간이 매우 긴 특성을 보인다. 2019년 기준 평균 입원 기간은 242.3일로, 스페인(97.2일), 프랑스(43.2일), 독일(36.1일), 오스트리아(38.7일) 등 보다 훨씬 길다. 환자들이 지역에서 살기 어려워 병원에서 살아가는 만성환자들이 많지만, 증상이 갑자기 악화해 급성기 치료에 필요한 병상은 부족한 형편이다. 정신질환 환자의 퇴원 뒤 1년 이내 자살률도 2018년 기준 환자 100명당 0.65명으로 핀란드(0.53명), 체코(0.29명) 등에 견줘 높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