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산별총파업 대회를 열고, 의료기관의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14일 산별 총파업을 종료했지만, 노사 현장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일부 의료기관에선 병동·수술실 근무 노동자 등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부산대병원 등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겨레>가 이번 파업에 참여한 주요 의료기관의 설명을 16일 종합한 결과, 이날 오후 3시 기준 보건의료노조와 사쪽의 현장 교섭이 진행 중인 의료기관은 서울의 경희의료원, 한양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구로병원을 비롯해 경기도 고려대 안산병원, 부산대병원 본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이다. 이들 병원에선 아직 파업이 끝나지 않았다. 반면 국립중앙의료원·한국원자력의학원·충남대병원 등은 14일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안에 합의하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모두 업무에 복귀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적정 인력 확보와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 13·14일 이틀간 산별 총파업을 진행했다. 전국 140개 사업장에서 간호사 등 의사를 제외한 60개 직종, 4만50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이 유지되는 의료기관에선 신규 입원이 축소되고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등의 진료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지난 13일부터 파업 참여 인원이 많은 진료과를 중심으로 비응급 환자의 수술·입원을 미룬 데 이어, 파업이 지속할 경우 17일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부산대병원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도 파업 기간 외래 진료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수술 일정의 90%가량을 연기할 방침이다. 다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필수유지업무에는 법에 따라 평소 수준의 인력이 투입된다.
특히 부산대병원 두곳에선 노사 교섭이 지지부진해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병원 노조는 △미화·경비 등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의 정규직 전환 △올해 임금 10.7% 인상 △간호사의 대리처방 등 불법의료행위 근절 등을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두곳뿐이다. 병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조속히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반면 병원 쪽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등 간접 고용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파업 상황이 가닥을 잡을 때까진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유지할 방침이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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