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첫날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간호사를 비롯해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사무·행정직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모인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며 13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건 의료 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보장을 촉구하며 벌인 지난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 조합원 4만5천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조합원 2만여 명(주최 쪽 추산)이 집결한 총파업대회를 연 데 이어, 14일엔 서울·부산·광주·세종 등 4곳에서 분산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와 환자 안전을 위해 ‘간호사 1명 당 환자 수 5명’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해야 할 시술이나 약 처방을 간호사가 대신하는 등 불법 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충,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질 공공의료 강화,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정부 지원 등도 핵심 요구 사안이다. 이런 내용을 두고 지난 5월부터 사용자(의료기관)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용자는 정부 핑계를 대며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정부는 제도 개선 추진 일정을 계속 미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이날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파업 참여 조합원이 많은 일부 병원에선 수술 축소나 응급환자 전원 자제 등 진료 차질이 발생했으나, 전국적인 의료 대란으로까진 번지지 않았다.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유지업무 인력은 법에 따라 파업 기간에도 업무를 계속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올리고 박민수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를 구성해 의료서비스 공백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회의에서 “노조가 민주노총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발표를 강요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며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하지 말고, 합리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