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을 조정해 이르면 이달 안에 확진자 격리 의무를 곧바로 해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격리 의무를 7일에서 5일로 줄이는 등 방역지표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제하겠다던 애초 로드맵보다 일상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방역 당국 설명을 8일 종합하면, 감염병 분야 민간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의무를 해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현지시간) 코로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PHEIC) 선포를 해제하는 등 세계적으로 방역 조처를 푸는 추세이고, 국내 감염병 확산세도 의료 역량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정기석 자문위원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은 오랜 기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비상 방역 체계를 유지해왔다. 이제는 그간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의료체계 안에서 (감염병을) 관리하도록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정부는 자문위 권고를 받아들여 방역 조처를 조기에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일상회복 로드맵에서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내리는 데 맞춰, 현재 7일인 확진자 격리의무를 5일로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문위 권고를 따르면 격리의무는 기간 단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권고’로 전환(해제)된다. 그간 방역 당국이 자문위 회의 결과에 따라 방역 정책을 조정해온 만큼 이번 권고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9일 오후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행정안전부 등이 참여하는 코로나19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위기경보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위기경보 하향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이 회의는 이날까지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한 총리가 유럽 4개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11일 이후 열릴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내려가면 확진자 격리의무 단축이나 해제 이외에도 보건소 등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이 중단된다. 감염병 방역을 위해 가동하던 중대본이 해체되고, 하루 단위로 공개하던 신규 확진자 수는 1주일에 한 번씩 집계해 공개한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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