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낮출 예정이다. 국내 코로나 위기경보는 2020년 2월23일 ‘심각’으로 격상돼 약 3년2개월 동안 유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5일(현지시간) 코로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PHEIC) 선포를 약 3년4개월 만에 해제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각국 의료체계가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안정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오는 8∼12일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국가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회의와 질병관리청 차원의 위기평가회의를 잇달아 열어 코로나 방역 지표 등을 점검한 뒤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위기경보 하향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이날까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한 총리가 유럽 4개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11일 이후 위기경보 조정을 위한 중대본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위기경보 수준이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에서 ‘경계’로 내려가면 현재 7일인 확진자 격리의무 기간은 5일로 단축되고 보건소 등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이 중단된다. 범정부적인 코로나 방역을 위해 가동하던 중대본은 해체되고 하루 단위로 공개하던 신규 확진자 규모도 7일에 한 번 집계해 공개한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청에 따르면 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8752명으로 1주일 전인 4월28일에 발생한 확진자 1만3791명보다 36% 늘었다.방역당국은 4월 둘째주(9일∼15일)에 코로나 감염 사실이 확인된 환자 가운데 2주 이내 숨진 비율이 0.04%에 그쳐 방역조처를 완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정기석 국가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증가하는 봄철과 맞물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지만, 기온이 오르는 등 기상 조건이 바뀌는 이달 말부터 자연스럽게 (확진자는) 감소할 것”이라며 “방역조처를 완화하더라도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층 등 고위험군은 백신접종과 치료제 처방으로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정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한 단계 낮추는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 방역·의료체계를 세 단계에 걸쳐 독감(인플루엔자)처럼 일상 수준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