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남은 코로나19 방역조치 중 하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논의가 재점화된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요구 바람이 거세다. 대전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의무 해제를 예고한데 이어 충청남도도 자체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방역당국은 ‘단일 방역망’을 강조하며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지자체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서둘러 해제 논의를 시작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나아가 “백신을 맞아달라”는 정부의 방역협조 요청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달라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과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데, 의료계에서는 방역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도청 실·국·원장 회의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은 자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마스크 의무화에 대한) 충남도의 입장을 검토해서 6일 정부에 전달하라”고 도청에 지시했다. 충남에 앞서 대전시 역시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처를 해제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하겠다’는 공문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전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요청이 나왔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대한민국도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즉시 준비해야한다”며 “적어도 1월 말에는 의무 해제 검토가 아닌 시행을 전제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이런 요구는 지난 9월말 국민의힘이 방역당국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의 실내마스크 우선 해제를 요청한 이후 2개월 만이다.
여전히 방역당국은 실내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날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당장 실내마스크 의무를 해제를 해야 될 만한 특별한 변화가 없어 보인다”며 코로나19 7차 유행이 끝난 뒤 마스크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위원장은 7차 유행의 정점이 이미 2주 전쯤 지났다는 전문가 분석에 대해선 “정점은 지나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했고, 갈수록 검사와 신고를 꺼려 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12월 첫째 주(11월28일~12월4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2951명으로 직전 주(5만4111명)에 견줘 소폭 감소했다.
7차 유행이 ‘진행형’이라고 판단하는 정부는 지자체들의 자체 방역완화 움직임과 국민들의 느슨한 방역 참여에 우려를 표한다. 실제 방역당국은 BA.4/5 변이 타깃으로 개발된 2가백신(개량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달 18일까지 만 60살 이상 고령층 접종률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5일 0시 기준 고령층의 접종률은 22%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위험성을 강조해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환자가 아파서 처방을 했는데 약이 들지 않는다면 약의 용량을 올리거나 다른 치료법을 쓰거나 2가지 해법이 있다. 지금 방역당국의 방식은 약의 용량을 올리는 것인데 그런다고 안 듣는 약이 들을리 없다”며 “이젠 다른 치료법을 써야한다. 마스크를 벗거나, 아니면 계속 써야하는 명확한 이유와 편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가 전파력은 높고 치명률·중증도가 떨어지는 독감 수준의 바이러스가 된 상황에서 ‘현재의 감염병 유행 상황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만으로는 방역정책의 신뢰도를 오히려 떨어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역시 “이번 겨울 유행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엔데믹’에 가까운 상황이다. 실내 마스크 쓰기 등을 권고로 바꿔도 (유행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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