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피검자들이 검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7차 유행으로 공식 규정지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해 “7차 유행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상황”이라며 “현재 (7차) 유행이 맞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새로운 변이가 우세종이 되지 않았다며 7차 유행 판단에 신중했던 정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방역당국은 지난 6월 오미크론 세부 변이인 ‘BA.5’형이 우세종이 되자 6차 유행 기간으로 구분한 바 있다.
정부가 7차 유행을 공식 선언한 건 최근 확진자 증가세와 맞물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큰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월 첫째 주(10월30일∼11월5일) 하루 평균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는 294명으로 10월 넷째 주(238명)와 견줘 2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사망자 또한 22명에서 32명으로 한 주 사이 44.2% 늘었다. 병상가동률 또한 꾸준히 증가해 11월 첫째 주 전국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25.7%, 준중환자 병상가동률은 36.4%까지 모두 올랐다.
아직 국내 발생률은 미미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국외에서 빠르게 유행하고 있는 신규 변이 바이러스도 유행 규모와 정점 시기를 앞당길 변수다.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세부 변이 바이러스 BA.5의 국내 검출률은 9월 셋째 주 98.8%에서 11월 첫째 주 91.1%로 감소하는 반면, 같은 기간 신규 변이 바이러스인 BQ.1.1와 BF.7은 0%에서 각각 1.4%, 1.0%로 증가추세다.
7차 유행 규모에 대해서 방역당국은 5만∼20만명이란 폭넓은 예측을 내놨다. 지난 여름철 유행 수준(최대 18만명, 정점 주간 일평균 13만명)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확진자가 더 증가하거나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다소 모호한 설명이다. 최대 발생 규모인 20만명을 예측한 배경에 대해 이상원 단장은 “BQ.1.1이라든가 XBB와 같은 (신규) 변이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좀 낮은 편에도 불구하고 12월 정도엔 우리나라에서도 우세화될 전망이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가정했을 때 최대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는 범위를 20만명으로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유행 정점 시기와 관련해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이 유입 상황에 따라서 12월 혹은 그 이후에 도달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얼마나 준수하고 2가 백신 접종에 참여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정점 이후) 한 2∼3개월 지나면 안정세로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0시 기준 동절기 ‘2가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대비 3.0%로 저조한 수준이다.
방역당국은 7차 유행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최소한의 방역조치만 유지할 계획이다. 백 청장은 “겨울철 유행은 여름철 유행 수준 이내로 발생할 가능성이 큼에 따라 여름철 유행 대응과 같이 시간·인원제한 같은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방역·의료 역량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겨울철 유행이 안정화될 때까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 7일 격리의무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신규 변이가 출현하거나 치명률이 급증하는 국가에 한해 비자발급과 항공편 운항 제한 등과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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