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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질병청, 2만4천명 코로나 개인정보 감사원에 넘겼다

등록 2022-10-20 17:17수정 2022-10-21 02:47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근거로 들어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수사기관에 내어주지 않던 코로나19 확진 이력 등 개인정보를 감사원에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질병청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지난 8월4일 질병청에 ‘공공기관 복무점검 관련 감사’를 명목으로 공공기관 직원 3561명의 코로나19 확진이력과 백신접종 이력을 요청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이 ‘(정부)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를 목적으로 2만820명의 코로나19 확진이력을 요청했다. 이에 질병청은 감사원 요구대로 대상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확진일, 격리 시작·종료일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질병청은 이들 정보를 제공한 법적 근거로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예외조항 등을 들었다. 현행 개인정보법은 질병 기록 등의 ‘민감정보’를 처리할 때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다른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허용하는 경우”에는 동의 없이도 제3자에 제공을 허용한다. 질병청은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이 ‘감사원이 공공기관 감사 등의 업무를 위해 민감정보·주민등록번호 등을 제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므로, 감사원에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질병청은 지난 8월 인천서부경찰서가 ‘장기실종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보’ 제공을 요청했을 때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을 들어 거부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경찰) 직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유가 있으면 국가기관 등에 관련된 사실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이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질병청은 “예방접종 정보를 수사 및 형 집행 또는 감사에 활용하면 접종대상자들의 예방접종 회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제공이 곤란함을 통보한다”고 회신했다.

질병청이 감염병 관련 개인정보를 외부 기관에 넘긴 것을 두고 정부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원에 대한 과도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인다. 한정애 의원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코로나19 유행 동안) 질병청이 국민의 신뢰를 쌓은 것은 ‘내가 확진이 되어도 그 정보가 어딘가에 쓰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서였기 때문”이라며 “질병청이 그간의 원칙을 어겨 국민 개인정보를 통째로 넘긴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백경란 질병청장은 “감사원법과 하위 규칙을 검토해 감사원이 (질병청이 관리하는)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봤다”며 “감사원 외에 검찰 등에도 조사 목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출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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