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 마스크 착용의무 전면 해제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시내 거리축제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마스크를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방역당국이 영유아 실내 마스크는 일단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여론은 반반으로 엇갈렸다.
29일 국민의힘은 ‘국민 중심 코로나19 방역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것을 보건 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뒤 브리핑에서 “아이들이 언어발달 과정에서 엄마·아빠 등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입 모양을 보면서 언어를 배우는 데 마스크를 쓰니 (언어발달에) 상당히 제약을 받는다”며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우선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국민 생활에 불편이 없으면서 코로나 확산을 저지할 선이 어디쯤인지 해답을 찾아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입국 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 폐지 △요양병원 대면 면회 제한 해제 등 일상회복 조처 △코로나19 재유행 방역 대책 등도 정부에 요청했다.
2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네번째)가 코로나19 방역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코로나19 방역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백경란 질병청장은 당의 요구에 대해 “유행 양상이나 제도 실효성을 살펴, 다소 감소한 방역조치(도입 여부)에 대해 전문가 논의를 거쳐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역당국은 사회성 발달 등 부작용을 고려해 실외 마스크와 함께 영유아 실내 마스크 우선 해제도 논의했지만,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의 반대로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만 전면 해제됐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당시 정례 브리핑에서 “(겨울철로 예상되는) 코로나19 다음 유행에 대비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과감하게 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음 유행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난 뒤 (모든 연령이) 일시에 마스크를 벗어야 혼선이 없다”고 밝혔다.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 의견과 달리, 코로나19 재유행 안정 국면에선 영유아 마스크 의무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과)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5살 이하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 역시 “영유아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감염으로 이미 상당 부분 면역을 획득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으로 얻는 추가 이익이 전보다 감소한 반면 장기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언어나 표정 등 발달상의 문제들이 교육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민 여론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22∼26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설문한 결과를 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해 응답자의 55.0%가 “가능하다”, 41.8%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마스크 해제에 동의하는 응답은 20·30대에서 64.6%로 높았던 반면, 60살 이상에서는 49.2%에 그쳤다.
상당수는 의무 해제와 무관하게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 실내에서 마스크를 즉각 벗겠다’는 응답자는 7.6%에 그쳤으며, ‘주변 분위기에 맞추겠다’(30.7%)거나 ‘해제 여부와 별개로 실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30.4%)는 응답이 많았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 관계자는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며 “반대하는 쪽에서는 올겨울 독감 유행이 코로나19 재유행과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어 “자문위와 외부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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