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조작 주범이 최우선…황교수는 조작 인지시점이 변수
검찰이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풀 핵심 열쇠를 지닌 황우석ㆍ김선종ㆍ윤현수ㆍ이양한씨를 2일 무더기 소환함에 따라 50일간 진행된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이들 4명을 상대로 줄기세포를 조작한 주체는 누구인지, 이 과정에서 공모나 지시ㆍ묵인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어 이르면 이날 중 사법처리 대상자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입견을 버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을 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 과연 누구에게 사전구속영장 등이 청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핵심 4인' 뭘 조사하나 = 이날 검찰에 소환된 사람은 줄기세포 논문 작성을 지휘한 황우석 교수와 줄기세포 배양 전문가인 김선종 연구원, 미즈메디 줄기세포팀을 이끈 윤현수 한양대 교수와 윤 교수 의뢰로 줄기세포 DNA 분석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양한 박사이다.
검찰은 이들 중 일부가 논문 조작에 핵심적 역할을 했거나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작 주체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따로 부르면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4명을 한꺼번에 불렀다.
검찰은 우선 김선종ㆍ윤현수ㆍ이양한씨 등 한양대 출신 3명을 주목하고 있다.
조작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2004년 논문 1번 줄기세포의 DNA 검사가 이들 몫이었기 때문이다. 논문을 총지휘한 황 교수 역시 의혹 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윤 교수는 자신의 친구인 이 박사를 통해 DNA 검사를 맡기자고 해 김 연구원이 DNA를 추출해 국과수에 보냈고, 윤 교수가 이 박사에게서 검사 결과를 받아 황 교수 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윤교수와 이 박사가 짜고 DNA를 조작했는지, 외부 개입은 없었는지를 조사하지만 황교수가 DNA 조작 사실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DNA 조작을 지시하거나 묵인하지는 않았는지 등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2005년 논문의 경우 2.3번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 4.8번으로 바 뀐 경위를 파악하는 게 요체다.
황 교수는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어넣었다고 주장하는 반 면 김 연구원은 황교수측 소행이라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미즈메디와 서울대 양측을 모두 출입한 김 연구원 또는 제3자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연구원과 황 교수는 이밖에 2005년 1월9일 일어난 2~7번 줄기세포주 오염 사고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는다.
◇ 누가 사법처리되나 = 검찰은 2개월 가까이 수사하면서 서울대와 미즈메디 병원의 초급 연구원부터 논문 핵심 공저자까지 연인원 300여명을 조사해 사실 관계를 대부분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수 등 핵심인물들을 상대로 수십 가지 쟁점에 대해 확인 작업을 거치고 핵심 의혹에 대한 시인을 얻어냄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주범과 공범을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이 거짓말을 할 경우에 대비해 조사 장면을 녹음ㆍ녹화하고 있다.
그러나 4명 가운데 누가 사법처리될지는 검찰의 최종 발표 순간까지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사법처리를 하게 된다면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그 대상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안다"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만 "조작의 공범이 조작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진술을 하면 사법처리 여부에 참작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법처리 결정이 이뤄진다면 2004년 논문의 DNA 조작을 주도한 인물이 가장 가능성이 크며 논문 조작을 돕거나 지시ㆍ묵인한 이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교수측은 지난해 11월 PD수첩팀과 함께 줄기세포 DNA 검사를 할 때까지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황 교수에 대 한 사법처리 여부는 이 부분의 실체 규명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황 교수팀의 난자 수급 과정에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된다면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 연구비 수사는 = 검찰은 우선 줄기세포 논문 조작의 실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줄기세포 조작 경위가 드러나야 연구비 부분을 본격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황 교수의 계좌 17개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돈의 흐름을 살피고 있긴 하지만 연구비 수사는 핵심 4인 조사를 통해 줄기세포 조작 실체가 드러난 뒤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이 허위임을 알고도 연구비 신청을 했다면 사기 혐의를 적용받는다. 또 국가에서 지급받은 연구비를 용처가 불분명한 곳에 사용했거나 연구와 무관한 곳에 유용된 사실이 드러나면 이 부분도 황교수 처벌 사유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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