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완화하면 8월 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7일 격리 의무’를 한차례 더 연장했다. 정부는 격리 의무 해제의 기준이 될 6가지 지표를 발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4주 뒤 재평가하겠다는 입장인데, 전문가들은 ‘격리의무 해제시 확진자 수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어서 언제쯤 격리 의무가 해제될지 주목된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5월23일에 이어 확진자의 격리의무를 다시 한번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격리의무를 해제할 지를 판단할 핵심지표 2개(사망자수·치명률)와 보조지표 4개(유행예측·초과사망·변이바이러스·의료대응역량) 도 발표했다.
지표를 살펴보면, 19일 현재 6개 가운데 3개가 이미 기준을 달성했다. 핵심지표인 치명률은 5월 0.07%로 독감 치명률(0.05~0.1%) 안으로 들어왔고, 의료체계 대응 역량 역시 6월2주차까지 4주 연속 전국이 ‘낮음’ 상태를 유지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 발생 여부 역시 유행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 기준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사망자 수와 초과사망 역시 곧 기준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사망자 수는 하루 10명 미만을 유지하고 있어, 핵심지표인 사망자 수(하루 평균 10∼20명 이하·주간 사망자 수 50∼100명 이하)는 다음주께 달성될 전망이다. 5월 초과사망 역시 4월에 견줘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6564명→1382명)한 만큼 다음 평가 땐 ‘충족’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4주 뒤 관건은 보조지표인 유행 예측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7일 격리를 50% 정도가 지킨다고 가정했을 때 향후 2∼3개월 유행곡선이 반등하지 않을 거란 예측’이다. 17일 질병관리청은 현 시점에서 격리의무를 해제할 경우 8월말께 8.3배(14만1000명)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백신 접종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점에서 4주 뒤 더 긍정적인 유행 예측이 나올 수 있냐는 것이다. 3차 예방접종의 효과는 4개월 뒤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2월23일에 이미 인구 60%가 3차 접종을 마친 한국은 곧 10명 가운데 6명이 확보한 백신 예방효과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든다. 반면 60살 이상 4차 배신 접종률은 19일 0시 기준 30.4%에 불과하다. 격리 의무를 해제할 경우 시차를 두고 중증·사망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치명률이 높은 상황에서 격리의무 해제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격리의무 해제 반대 근거들은 4주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격리의무를 해제하려면 전체 연령대 평균이 아니라 70∼80대 치명률이 현저히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70대와 80대 치명률은 각각 0.64%, 2.69%다.
정부가 지표로 전환 시기를 저울질할 게 아니라, 격리의무가 없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표를 따져 의무 해제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프면 쉬기 등 자율 격리로 전환해도 감염 확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교수(감염내과) 역시 “아픈데도 쉴 수 없는 경우도 있어 격리의무 해제로 얻는 이익이 뭔지 잘 계산해야 한다”며 “자율격리로 전환됐을 때 격리하겠다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도 향후 상황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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