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 선별진료소가 모처럼 만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트 오미크론’ 대책 추진으로, 이르면 내달 말부터 확진자 격리의무가 사라지고 확진자는 일반병상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병원내 감염관리 방안과 보상체계조차 만들어지지 않아, 자칫 병원들이 확진자 입원을 꺼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5일 이후 4주 동안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확보해 놓은 병상을 줄여나간다. 준중증과 경증 사이의 환자가 입원하는 중등도 병상부터 줄이고, 5월 말께는 중증, 소아전담병상 등도 일상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등 일부 병원은 확진자를 일반병상에 입원시키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체계가 보편화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병원에 지급하는 손실보상금도 없어진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0일 “향후 (병상동원을 통한) 손실보상금은 줄여나가되, 일상적인 수가 체계를 통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일상의료체계로 돌아가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일반 환자를 함께 입원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음압격리까지는 아니지만 격리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이 여전히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확진자와 일반 환자의 같은 병실 내 입원은 현재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결국 코로나19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상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에는 감염관리에 대한 지원 방안도 없다. 확진 환자가 입원할 경우 병원은 감염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예산·제도적 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감염 관리를 하려면 시설 투자가 필요한데, 그에 대해 계획이 없다”면서 “원내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 역학 조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그냥 ‘일반 병동에서 봐라’는 것인데, 해당 병원에서 대규모 원내 감염이 일어났을 경우 의료기관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병원계와 적절한 보상을 논의하지 않으면, 병원들이 확진자 입원을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갑자기 손실 보상금을 없애고, 수가를 애매하게 보상하면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안 보려고 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민간 의료기관들이 더 많은 구조에서는 병원이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를 만들면 아예 환자를 안보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급한 문제인데 (준비과정이 부실한 채) 정책을 발표하고, 날짜에 맞춰 협의를 하려하니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포스트 오미크론 안착기인 내말 말까지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역시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게 (보상체계 상) 의미가 없어져 버리면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포스트오미크론 대책으로 격리의무가 사라지고, 치료비·검사비 지원이 축소되면 ‘방역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6곳이 모인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국은 법정 유급병가가 없는 나라인데, 그나마 있는 격리의무 조치와 지원조차 끊긴다면 확진을 받아 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을 지불할 수 있고 격리를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이 심해질 거란 지적이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하루 확진자가 9만867명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주 같은 요일 14만8425명과 비교하면 5만7558명 줄었다. 위중증 환자 수는 846명으로, 전날보다는 38명 많다. 집계된 하루 사망자는 147명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