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열린 질병관리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주관한 ‘과학적 방역정책 수립 근거 제공 방안 모색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현재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가 유지될 경우, 이르면 오는 11월에서 내년 초 사이 코로나19 재유행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이 나왔다. 이르면 10주 안에 BA.2(스텔스 오미크론) 뒤를 잇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제시됐다.
정은옥 건국대학교 교수(수학)는 20일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과학 방역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에서 “백신 주저 현상과 비약물적 중재 수준을 고려해 예측을 진행했을 때, 이같은 유행 시나리오 결과가 나왔다”며 11월~내년 초 재유행 예측 전망을 밝혔다. 비약물적 중재는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 정책적 방역 조치를 일컫는다.
정 교수가 재유행을 예상한 대표적인 변수는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다. 정 교수는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값을 0.6 정도로 놓고 계산했다면, 거리두기가 해제됐을 때 0.4로 놓고 (계산한 결과) 이후 더 큰 피크(정점)가 나타나면서 가을 정도에 재유행이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며 “앞으로 재유행을 염려하면서 방역정책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백신 접종을 꺼리는 ‘백신 주저 현상’은 유행의 최대치를 5∼20% 증가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정 교수는 재유행 시작 전 4차 접종이 실시되지 않거나, 전체 연령 인구에서 1200만명에게 균등 접종할 경우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근거로 계산했다.
이 자리에선 오미크론 이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이르면 7주 안에 우세종이 될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인 BA.1과 BA.2 관점에서 주요 우세종이 바뀌는 건 10∼14주 정도”라며 “BA.2 우세종화가 완료된 3주 전으로부터 10~14주(현재 기준 7~11주)가 지나면 또 다른 클레이드(계통군·Clade)가 우세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재훈 교수는 현재 유행 상태를 ‘지속적이고 높은 수준의 질병 발생’을 의미하는 ‘하이퍼엔데믹’으로 보고 “(새로운) 클레이드가 우세종화 됐을 때 (질병 발생이 갑자기 증가하는) ‘에피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언제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1만1319명(국내 발생 11만1302명, 해외유입 1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통상 일주일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타나는 수요일이지만, 전날에 비해 7185명 줄었고, 전주 수요일 대비 8만명 이상 감소했다. 지난주 7주만에 ‘수요일 10만명대’(19만5419명)로 내려온 데 이어, ‘수요일 폭증세’도 완연히 꺾인 모양새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임에 따라, 정부는 이날 진단체계를 다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으로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PCR 검사뿐 아니라 동네 병·의원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으로 인정해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앞으로 유병률이 감소하면 (현재 90% 이상인) 양성 예측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현재보다 떨어져, 지금처럼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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