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환자 6명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병원 진료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만성질환 치료는 받았으나, 합병증 등 다른 질환 진료와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은 미룬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422호 ‘코로나19 범유행 기간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질환 관리와 미충족 의료 현황’을 발간했다. 연구진이 지난해 8월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고혈압·당뇨병 환자 500명을 포함해 19살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은 이런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 검사와 진료 등을 포기하거나 연기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결과를 보면, 고혈압·당뇨병 환자 500명에게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년 동안 ‘치료 또는 검사가 필요했지만 병·의원에 가지 못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83명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답했다. 치료·검사가 필요 없었다고 답한 사람을 제외하면 미충족 경험률은 17.1%였다. 고혈압·당뇨환자들은 치과 치료의 경우에도 19.2%(92명)가 검사·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병·의원에 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 역시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 15.3%보다 높았다.
만성질환 유무에 따른 미충족 의료 이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검사·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치료나 검사를 받지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중복 답변) 의과는 62.7%, 치과는 54.3%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 이유로 의과의 경우 24.1%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치과의 경우 23.9%가 ‘의료비가 부담돼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서’(53.4%)와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52.1%)라는 이유가 비슷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반면 고혈압·당뇨병 자체에 대한 진료와 약 처방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다. 1년간 고혈압·당뇨병 외래 진료를 받지 않거나 연기한 비율은 고혈압 환자의 8.1%, 당뇨병 환자의 5.4% 수준이었다. 약도 고혈압 환자 92.6%와 당뇨병 환자 96.8%가 유행 전과 동일하게 먹었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가 감염병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전화 상담·처방 등 비대면 진료는 고혈압 환자의 4.2%, 당뇨병 환자의 3.2%만이 경험했다.
박은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실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이런 결과는 약 처방을 위한 진료 외 합병증 검사와 치료, 치과 진료 등은 받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미충적 의료는 뇌졸중 등 합병증 발생과 건강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처방 약 복용만으로는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만성질환자가 적극적으로 질환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상당수 지역 보건소에서 중단한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유행 양상을 고려해 재개하고 의료진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느끼는 코로나19 불안감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