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 신속항원검사 중단 이틀째인 1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가 평소보다 한산하다. 연합뉴스
올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이중 94%가 60살 이상의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의 빠르고 광범위한 처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병용금지약물 복용자 처방을 위한 임상연구들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2일 0시 기준 누적 사망자가 1만9850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주간 하루 평균(4월6~12일) 312명(12일은 171명)이 발생했는데, 곧 2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규모 감염이 이어지며 사망자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말(12월31일) 기준 누적 사망자가 5563명이었던 것에 견줘, 올해 약 세달 반만에 약 1만428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치명률은 지난해말 0.8%에서 0.13%로 낮아졌지만, 결국 대규모 감염에 의해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망자들은 절대 다수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난다. 60살 이상이 전체 사망자의 93.86%에 해당한다. 특히 80살 이상은 전체 사망자의 58.51%를 차지하고, 치명률도 전연령대 0.13%보다 20배 높은 2.66%로 나타났다.
최근 1주일(4월3∼9일) 추이도 비슷하다. 이 기간 사망자 2163명 중 60살 이상이 94.4%(2041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60살 이상 전체 인구 중 미접종자 비율이 4% 수준인데, 60살 이상 사망자 중 미접종자의 비율은 37.9%(773명)였다. 방역당국은 “사망자들은 고혈압·뇌경색·심부전 등 순환기계 질환, 치매 등 신경계 질환, 당뇨병·갑상선질환 등 내분비계 질환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중 60살 이상은 20%(4월3∼9일)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고위험군 대책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입장이다. 11일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요양병원·요양시설 같은 취약시설에 대한 주기적인 선제검사나 면회 등 외부에서의 유입 차단책과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아예 의료팀을 투입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들을 계속 시행 중”이라며 “고령층 취약계층 보호 대책들은 계속 실시하면서 거리두기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빠르고 폭넓게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1월14일 첫 사용부터 지난 7일 오후 6시30분까지 누적 17만9967명분이 투약됐다.
도입 초기 약 3주간 1275명만 처방을 받는 등 처방실적이 저조한 시기가 있었다. 지난 7일 오후 6시30분까지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도 7148건 사용됐다. 이관 동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망자 중에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증상이 있으면 팍스로비드 처방 여부를 빨리 정하도록, 검사에 드는 역량을 진단·치료 체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도 “팍스로비드는 위중증 치료보다 위증증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 확보된 치료제들은 빨리 쓰면 쓸수록 좋다”며 “고위험군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초기에 바이러스를 잡아내 치료약제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료 현장에서 고위험군에게 먹는 치료제가 보다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도록 임상연구 투자가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혁민 교수는 “임상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현장에서 먹는 치료제를 쓰기 힘든 상황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대규모 사망이 나온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본다”며 “고령층 사용을 위해 더 많은 임상연구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등 고령층은 치료제의 병용금지약물 때문에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별로 혈액을 측정해 그에 맞게 투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개발한다면, 병용금지약물 때문에 먹는 치료제 투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처방이 가능하리라는 지적이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