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을 2월 말~3월 중순으로 전망했다. 최대 27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치도 내놨다. 지금의 대유행이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유행의 정점을 지나면 일상회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21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 청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유행의 정점은 2월 말에서 3월 중순으로, 유행 규모 또한 14만명에서 27만명으로 폭넓게 예측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예측치는 국내 8개, 국외 2개 등 10개 기관·연구진이 이달 7∼16일 예측한 수리 모형들을 종합한 결과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유행 규모를 예측한 연구기관의 자료를 보면) 14만~20만명 예측 그룹이 절반, 그보다 많은 25만~27만명을 예측한 그룹이 절반으로 의견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정점에 달하는 시기 역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2개팀은 2월 말∼3월 초(2월28일 14만3000명·3월 5일 15만8000명)로, 3팀은 3월 중하순(3월 16일 24만8000명·3월22일 24만3000명·3월 중순 27만명)으로 전망치를 내놓았다. 연구팀들은 당장 다음주에 하루 17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만5362명, 위중증 환자 480명으로, 다음주엔 확진자가 1.8배, 중환자는 2.1배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연구진마다 정점 예측 시기와 규모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보다 추계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예방의학과)교수는 “(유행 예측) 확진자 수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 기반이냐, 신속항원검사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정점에 언제 도달할 것인지 연구팀들의 추계를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통된 추계가 정점에 도달한다는 것이고,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의 추계를 보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2월 말에서 3월 중순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런 전망치는 애초 정부 발표인 13만~17만명을 크게 웃돌지만,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에 집중해 불안·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오미크론 변이 특성과 3차 예방접종 효과 등으로 치명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50대 이하 치명률은 0%로 수렴(59살 이하 0∼0.03%·60살 이상 0.17∼4.90%)되고 접종 완료자는 계절 독감 이하로 보고 있다”며 “한 번은 큰 유행을 거치면서 ‘엔데믹’으로 전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델타보다는 오미크론에서 진행되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2018년 5년간 인플루엔자(독감) 치명률을 추정한 범위는 0.04~0.08%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우세종이 된 1월 3주(1월16∼22일) 이후 이달 19일까지 한 달 사이 주간 확진자 수가 14.7배 급증하는 동안 입원 건수는 2.5배, 위중증 환자는 1.63배, 사망자는 1.25배 증가했다. 중증화율과 치명률 역시 11월 셋째주 3.16%, 1.64%에서 올해 1월 넷째주 0.29%, 0.15%로 떨어졌다. 방대본이 분석한 오미크론 변이 표준 중증화율 19일 0시 기준 0.38%, 치명률은 0.18%로 델타의 4분이 1 수준이다.
대유행의 고비를 넘기면 일상회복에 다가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은경 본부장은 “유행이 반복되면서 여러가지 면역을 획득했다”며 “의료대응 시스템이 좀더 안정적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게 변환되면, 치명적인 신종 변이가 생기기 않는한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이 좀 더 당겨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위중증 관리와 의료 대응 여력을 중심에 두고 상황 변화의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해 나가겠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가로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3월 개학 시기 코로나19가 ‘유행의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옴에 따라 교육당국은 3월 정상등교 원칙을 포기하고 학교장 재량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교육부는 “학기 초 지역별 감염상황 등을 고려해 학교장 판단으로 신속하게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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