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마포구청 재택치료 전담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 개편 시행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대상자 분류 기준을 변경했다. 50대 기저질환자 등이 전화 모니터링을 받는 ‘집중관리군’에서 제외된 것인데, 오락가락 정책 변경에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 개편 시행 하루 전인 9일 집중관리군의 범위를 ‘60살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50살 이상 고위험 기저질환자)’에서 ‘60살 이상, 먹는치료제 기처방자 중 지방자치단체장이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50대 기저질환자나 면역저하자는 앞선 기준에 따르면 모두 집중관리군이었지만, 변경 기준에 따르면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지 못했다면 일반관리군이 돼 건강 모니터링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초역학조사를 거치고 환자 분류를 할 때 당뇨나 중증의 심혈관 질환자 등은 분류가 이뤄져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중관리군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먹는 치료제 처방자의 경우 부작용 등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이들을) 집중관리군으로 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정부의 집중관리기준 변경을 두고 “60살 미만 만성질환 자등 고위험군도 의료와 쉽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관리시스템에 구멍이 나 있다. 지자체에 (판단)재량을 줬는데, 몇군데 외에는 제대로 알아서 판단하기 어렵다.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한 것”이라며 “(기준이 자주 바뀌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10일부터는 재택치료 체계 변경에 따라 재택치료자는 ‘일반관리군’과 ‘집중관리군’으로 나뉜다. 방역당국은 집중관리군에만 하루 2회 유선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일반관리군은 동네 병∙의원이나 24시간 운영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면 진료를 원하면 외래진료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재택치료키트도 집중관리군에게만 제공된다.
문제는 이런 기준 변경이 새로운 체계가 시행되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당장 기존 처방약 때문에 먹는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하는 50대 기저질환자가 더 위험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팍스로비드와 병용이 금지된 약물은 고지혈증, 전립선약 등에 쓰이는 아팔루타마이아푸조신 등 28개로 상당히 광범위해, 기저질환자 가운데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누리꾼은 “팍스로비드 부작용이 갑자기 2일만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애초 아무 기준 없이 정책을 내놓고 수습하면서 혼란만 더 가중시키고 있다”며 “갑작스런 셀프방역에 셀프케어에 기준도 오락가락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방역 일반관리군의 병·의원 진료에 대해 가급적이면 모든 동네 의원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해 자신이 다니는 동네 병·의원에 연락해 전화상담·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지금 당장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가능한 동네 병·의원 명단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은 “현재 1700여개 의료기관이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으로 되어 있고, 3000개가 넘어가는 수준으로 신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재택 치료자 18만 명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돼도 아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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