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천 25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19일 오전 코로나19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차를 탄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사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줄었지만, 위중증 환자는 늘어 처음으로 천명을 넘어섰다. 정부의 잇딴 행정명령에도 코로나19 병상확보는 더딘 상태여서 보건의료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9일 0시 기준으로 위중증 환자가 1025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위중증 환자는 1016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1천명대에 올라선 뒤 증가세가 계속됐다. 위중증 환자 1천명은 의료붕괴를 막는 현장의 ‘마지노선’이다. 실제 방역 당국은 위중증 환자가 1천명을 넘으면 전체 보건의료체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중환자 수가 1천명 이상 나온다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더 확보해야 하므로 다른 일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환자가 중증 병상으로 오지 못하고 중등증 병상에 머무르는 상황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는 줄었지만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건 ‘시차’ 때문이다. 현재 발생하는 위중증 환자는 지난 1~2주 기간 발생한 확진자 수와 연령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12월 1주차(5~11일) 60살 이상 확진자의 비율이 35.8%로 정점을 찍었고 그 영향으로 주말 사이 위중증 환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12월 3주차(12~15일)는 60살 이상 확진자의 비율이 31.7%로 소폭 감소했다. 60살 이상 인구의 백신 추가접종률이 높아진 효과로 보인다. 19일 0시 기준 이들의 3차 접종 완료율은 56.5%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지난주부터 80살 이상 확진자 비중이 줄고, 요양시설 집단감염도 줄어들어 중환자가 급증하지는 않고 있다. 당분간은 위중증이 완만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는 등 한파가 몰아진 탓에 검사 건수가 줄어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확진자 수는 6236명으로 지난주 일요일(6689명) 보다 적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날씨가 춥고, 눈까지 내리면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다음 주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유행이 악화하는 경우 12월 중 약 1만 명, 내년 1월 중에는 최대 2만 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유행이 지속하는 경우 12월에는 1600~1800명 나아가 1900명까지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지난달 28일 이후 계속 임계치(75%)를 웃돌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9.1%(1337개 중 1058개 사용 중)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9%(837개 중 719개 사용)로 상황이 더욱 나쁘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돌볼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여유 병상을 확보하는 문제 등으로 100% 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가동률이 75%만 넘어도 위험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선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은 이미 도처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엄 교수(감염내과)는 “전날에도 밤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두 명(인공호흡기 환자 1명, 에크모 환자 1명)이 응급실로 왔는데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서 병상 배정을 못 하고 응급센터 음압격리실에서 버티고 있다”며 “기존에 입원했던 중등증 환자들 가운데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 치료해야 할 환자들도 기다리고 있어 현재 의료 현장은 마비되기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늘고 있는 중환자를 수용하고 돌볼 병상확보가 시급하지만 정부의 병상확보는 더디다. 방역 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250여개의 중환자 병상만을 추가로 확보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중환자 병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7일 ‘코로나19 증상 발현 뒤 20일’이 지난 중환자는 전원(스텝 다운)하도록 병상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이 반발하고 있어 그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이 지나면 코로나19 중환자 대부분의 감염력이 낮아지긴 하지만, 일부 감염력 있는 중환자가 있으면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섰다. 정부는 이런 반발에 대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20일이 지나도)감염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격리해제의 판단은 현장 (의료진)목소리를 듣고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말 한때 질병관리청에서 관리하는 코로나19 ‘전자문진표' 접속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검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18일 서울역 광장에 있는 선별검사소 등은 오전 9시부터 검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께까지 질병청 서버에 접속되지 않아 손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오류가 생기면서 검사를 받으려던 시민들은 영하의 날씨에 30분 가까이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질병청은 이날 오전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최근 진단검사 의뢰 실적이 많아져 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기능 변경을 새벽에 실시하고, 오전 9시부터 바뀐 기능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부하로 (서버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졌다”며 “오전 9시 25분께 성능이 개선돼 9시 45분부터는 진단검사 의뢰 기능이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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