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달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오는 2일 총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노조와 정부가 31일 새벽까지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교섭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내어 “파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라”고 맞섰다.
권 장관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내어 “파업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선별진료소 등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당장 대기환자 증가와 중증환자 전원 지연 등으로 치료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4차 유행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와 협의로 지금의 상황을 함께 해결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나 위원장도 이날 오후 긴급 담화문을 통해 “장관 담화문은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아쉽다. 복지부 장관 권한 밖이라면 기획재정부 장관,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타결을 위한 노력에도 응답이 없다면 보건의료노조 8만 조합원은 불가피하게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와 복지부는 30일 오후 3시부터 31일 새벽 5시까지 제12차 노정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에 참여한 양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체 22개 협상 과제 가운데 5개 과제를 두고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코로나19 의료인력 기준을 만들고 생명안전수당 제도화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재정당국과 논의가 필요하고 시행 시기를 분명히 하기도 어렵다는 태도다. 노조가 요구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70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확충에 대해서도 정부는 구체적인 추가 설립 계획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가자고 제안했다. 권 장관은 “공공병원의 신설·확충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필요하고 상당한 재정이 수반되는 사업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간호사 1인당 돌보는 환자 수가 많다며 이를 미국의 1명당 5명이나 일본의 1명당 7명 수준으로 낮추도록 법제화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인력 수급이 쉽지 않고 상급병원으로 의료인력이 쏠릴 수 있는 문제가 있어 시행 여부를 합의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협상에 참여한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투입되어야 할 재원이 국고도 필요하나, 병원 인력 확충을 위해선 건강보험 재정도 투입돼야 할 사항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노조와 합의가 이뤄지면, 추가 국고 투입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검토하겠다는 게 재정당국과 공감대를 이룬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와 복지부는 1일 오후에 마지막 노정 실무협의를 열기로 했다. 이 실무협의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는 노조의 124개 지부(136개 의료기관 5만6천명)가 파업에 참여하면 중환자·응급·수술·분만·투석 등 필수유지 업무를 제외한 전체 인원의 30%가량이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를 파업 미참여 병원으로 이송하고, 파업 병동에선 환자를 이송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응급센터 등 24시간 비상진료체계 유지, 병원급 기관의 평일 진료시간 확대, 파업 미참여 공공병원 비상진료 참여 등의 비상진료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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