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이 4차 유행으로 접어든 데에는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메시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접종 인센티브로 실외 마스크 착용 면제 등을 언급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느슨해져 유행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 시작 두달 뒤부터 방역 완화 신호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4월30일에는 7월부터 이전보다 완화된 내용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65살 이상 고령자 등 상반기에 12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마치고, 6월까지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1천명 이내로 관리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후 확진자 수는 400∼700명대에 머물렀고, 접종 목표도 조기 달성해 지난달 중순 1차 접종 인구가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정부는 지난 5월26일 각종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담은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6월부터는 백신 1차 이상 접종자에게 직계가족 모임 제한을 풀어주고, 7월부터는 사적모임과 시설 인원 제한에서 제외하는 것이 주요 뼈대다. 이 방안에는 7월부터는 실외에서도 1차 이상 백신을 접종하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달 10일 “전 국민의 25% 이상에 접종을 마치는 동시에 현재와 같은 방역수칙을 유지하는 경우, 7월 중순 이후부터는 확진자 발생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일에 이어 이날도 신규 확진자 수가 1200명대로 급증하고, 이달 말 확진자 수는 2천명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황을 오판해 섣부른 방역 이완 대책을 내놨다고 지적한다. 7월만 되면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두달 동안 줬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아직 1차 접종률이 30%에 그치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 시점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인센티브가 (시민들에게는) 결정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 수급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것도 잘못된 상황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유행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으로 많은 사람이 면역을 획득하는 것이다. 3분기에는 모두 8천만회분의 백신 공급이 예정돼있으나, 이 가운데 7월에 들어오는 백신은 1천만회분에 불과하다. 대규모 신규 접종을 하기에는 부족한 양이기 때문에 7월 말에 50대를 대상으로 한 접종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백신 공백’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지난 봄에 백신 공급 부족으로 비판받았을 때, 정부는 7월부터는 백신이 충분히 들어올 것이라면서 마치 모든 게 달라질 것 같은 분위기를 잡아온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랜 코로나 대응으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신호가 사람들의 접촉을 증가시키고, 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의 증가가 지금의 유행 급증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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