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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이순간] 장애청소년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첫 정기공연

등록 2016-01-31 19:19수정 2016-02-01 10:47

장애청소년 ‘맑은소리 하모니 연주단’ 첫 정기공연. 이종근 기자 root@hani.co.kr
장애청소년 ‘맑은소리 하모니 연주단’ 첫 정기공연. 이종근 기자 root@hani.co.kr
양손 없고, 다리 불편해도…“밝은 세상 함께 만들어가요”
“노래를 잘하는 성실한 (박)창호, 밝고 활달한 (김)용호, 홍일점인 예쁜 (김)가을이, 늘 주위를 밝은 웃음으로 채워주는 (김)기수, 맑고 큰 눈만큼 마음도 맑은 (최)혁이, 꽃미남 (안)위제, 우리들의 든든한 맏형 구족화가 (표)형민, 나(박성철) 와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정)민성이.”(큰 사진 왼쪽부터) 박성철(23)씨가 ‘만남과 인연,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로 시낭송을 했다. 이에 맞춰 지체장애 1급인 가을(15)이와 기수(23)는 들숨과 날숨을 능숙하게 바꿔가며 트레몰로하모니카의 떨림판으로 맑고 따뜻한 소리를 냈다.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곡이 끝나자, 객석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우레와 같은 갈채로 호응했다.

장애청소년 ‘맑은소리 하모니 연주단’ 첫 정기공연.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장애청소년 ‘맑은소리 하모니 연주단’ 첫 정기공연.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장애 청소년 연주단인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의 첫 정기연주회가 지난 29일 저녁 7시30분 대구시 중구 봉산동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주제로 총 4개의 공연이 펼쳐진 공연장은 500여 석이 꽉 차고도 모자랐다. 연주단은 익숙한 ‘고향의 봄’,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먼지가 되어’ 등 가요와 클래식, ‘렛잇비’와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등 20여 곡을 열연했다.

김가을양이 공연에 앞서 분장을 하고 있다.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가을양이 공연에 앞서 분장을 하고 있다.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연주단은 지체 장애와 정신 지체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기관인 대구성보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10여명으로 이뤄졌다. 2009년 창단한 뒤 국내 소년원과 정신과 병원 등에서 250회 이상 공연을 열었고, 미국 엘에이(LA)와 텍사스주에서 해외순회공연도 했다.

김가을양이 공연에 앞서 분장을 하고 있다.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가을양이 공연에 앞서 분장을 하고 있다.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도교사 노봉남(58) 선생님도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다. 그는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주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아이들에게 늘 “자부심을 가져라. 너희 때문에 소외받는 많은 사람이 밝아지고 행복해지면 이 사회가 좀 더 따듯한 사회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리허설을 하고 있는 표형민씨.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리허설을 하고 있는 표형민씨.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첫 공연 때 얼마나 긴장했던지 가을이는 기절을 했다. 단원들은 대부분 학교 옆 재활원에서 함께 숙식을 한다. 1급 지체장애인으로 두 팔을 쓰지 못해 하모니카를 목에 걸고 부는 표형민(25)씨는 4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불렀고, 관중석 곳곳에서는 함께 따라 불렀다. 공연을 마친 표씨는 “학교와 재활원만 왔다 갔다 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했다. 하모니카를 배워 공연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좋았다”며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동료와 연습을 하겠다”고 말했다.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공연 모습을 감상해보세요!

대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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